아이들이 존중받는 공간, 뉴질랜드 버닝스의 놀이터를 보며

사회부 0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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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매장.

이곳은 "Bunnings"라는 뉴질랜드의 대형 철물 및 생활용품 매장이다.

언뜻 보면 이곳은 우리가 잘 아는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나사, 목재, 조명, 페인트, 가구 등 집을 꾸미고 수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곳.

하지만 이 매장의 한 켠에서 필자는 좀처럼 잊지 못할 풍경을 보았다.


매장 한쪽에는 밝고 커다란 미끄럼틀과 작은 의자, 색칠 공부가 놓인 아이들 공간이 있었고, 그 앞에 세워진 칠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Do you know we do FREE kids DIY workshops, every weekend day!?”

“무료 아동 DIY 워크숍, 매 주말 진행 중!”


놀라웠다. 그것도 무료였다.

부모들이 주말 동안 쇼핑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교육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형마트나 가구 매장을 떠올려 보자.

아이들은 대개 "엄마 이거 언제 끝나?"를 반복하며 지루함을 참거나, 손에 휴대폰을 쥐고 쇼핑카트에 앉아 있는 게 일상이다.


우리는 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배려한 공간 설계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번닝스에서 본 이 ‘작은 놀이터’는 단순한 놀이공간을 넘어선 하나의 존중의 표시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함께하는 손님이며, 배움과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는 구성원'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공간.

그 공간의 앞에 놓인 작은 의자 두 개와 색칠공부 책상 하나는 그 어떤 고급 마감의 가구보다도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칠판에는 워크숍 시간표가 있었다.

"10:10–10:30, 10:40–11:00, 11:20–11:50"

30분 단위로 세 번에 걸쳐 진행되는 아동 DIY 활동.

아마도 간단한 나무 공작이나 색칠, 조립 등을 통해 아이들의 손재주를 길러주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것이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순수한 배려라는 점이다.

비용은 ‘무료’, 예약은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어쩌면 매장은 그 시간 동안 몇 개의 제품을 더 팔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는 편하게 쇼핑을 하고, 아이는 좋은 추억을 쌓는다.

결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깊어지고, 그 공간은 ‘단순한 상점’을 넘어 ‘가족 모두가 찾는 장소’가 된다.


한국은 OECD 중에서도 육아 스트레스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공공 공간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눈치 보기’가 여전하다.

카페, 식당, 백화점, 대형마트조차도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은 곳”을 따로 검색해야 할 정도로, ‘아이 있는 가족’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물론 일부 쇼핑몰이나 키즈 카페형 공간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 부담이 크고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에서의 ‘어린이 존중’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쇼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버닝스처럼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두는 공간은 그 자체로 ‘존중의 교육’이 된다.


그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고, 배우고, 창의력을 펼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엄마랑 아빠랑 같이 갔던 마트"라는 경험을 훨씬 더 따뜻하게 만든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거창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작은 테이블 하나, 색연필 몇 개, 그리고 “아이들을 환영합니다”라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뉴질랜드의 한 매장에서 본 풍경은 단순한 놀이시설이 아니라,

‘아이도 하나의 시민이며, 손님이며, 배려받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의 축소판이었다.


아이들이 존중받고, 부모가 안심하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공간.

한국의 어느 마트에서도, 가구점에서도, 그런 따뜻한 풍경을 언젠가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우리가 ‘이런 공간을 바란다’는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아이를 위한 공간은 따로 떨어진 곳이 아니라, 일상 속 곳곳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단지 ‘놀이’가 아니라, ‘존중’의 표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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