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교육학 박사).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누군가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낯선 음식을 맛보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잠시 모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는 여행지에서 ‘쉼’을 얻고 있는가?
최근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와 웰링턴이 ‘수면 관광’ 세계 1, 2위 도시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여행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한다.
여행의 목적이 ‘경험’에서 ‘회복’으로, ‘활동’에서 ‘쉼’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
이 두 도시는 어떻게 세계인의 ‘숙면 성지’가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웰링턴.
이 두 도시는 바다와 산, 공원이 가까이 있는 자연환경, 낮은 오염도, 조용한 도시 구조 덕분에 도심 한복판에서도 깊은 휴식과 숙면을 경험할 수 있다.
오클랜드는 92.3점, 웰링턴은 88.1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곳의 숙박시설은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과 스파, 맞춤형 수면 코칭, 이완 테크닉, 수면 위생 교육, 시차 적응 프로그램이 여행자들에게 몸과 마음의 진정한 재충전을 선사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규칙적인 생활이 당연시된다.
밤잠과 낮잠을 합쳐 하루 13시간이 넘는 뉴질랜드 아이들의 수면은, 건강한 휴식 문화가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문화적 토대가 ‘수면 관광’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꽃피우고 있다.
오클랜드의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웰링턴의 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여행자는 비로소 ‘쉼’이란 단어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다.
도시는 조용하고, 하늘은 넓으며, 바람은 맑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오늘 밤의 잠이 내일의 삶을 바꾼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치유’와 ‘자기 돌봄’의 가치를 새롭게 배웠다.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여행의 목적은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했는가’에서 ‘얼마나 잘 쉬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숙면 관광 시장은 2028년까지 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성공은 자연과 도시, 문화와 휴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환경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본질임을 일깨운다.
수면 관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와 첨단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여행 트렌드다.
AI 기반 수면 환경, 수면 테라피, 요가, 명상, 마사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여행지에서의 하룻밤이 ‘피로를 푸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되는 것.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숙면 호텔에서는 ‘오늘 밤, 당신의 잠이 내일의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간 웰니스와 치유 여행이 급부상하고 있다.
명상, 한방, 자연 속 힐링, 스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 전남, 경남 등은 자연과 전통을 결합한 체류형 웰니스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번아웃 회복을 원하는 중장년층, 스트레스 해소와 회복 탄력성을 추구하는 직장인,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찾는 젊은 세대 등 다양한 타깃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도심 관광은 여전히 ‘빠름’과 ‘다양함’, ‘경험’ 중심의 문화가 강하다.
서울, 부산, 제주 등 주요 도시는 쇼핑, 미식, 액티비티, 문화 체험 등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자연 속에서의 휴식, ‘슬로우 트래블’을 찾는 수요도 점차 늘고 있지만, 도시 구조와 생활 리듬의 한계로 인해 뉴질랜드처럼 ‘도심 속 깊은 휴식’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뉴질랜드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쉼’의 일상화다.
뉴질랜드는 자연과 도시, 문화와 휴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환경을 도시 설계와 삶의 리듬에 녹여냈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규칙적인 수면과 자연 속에서의 휴식이 생활 속에 스며 있다.
이는 단순히 관광 상품이 아니라 도시의 철학이자 사회적 합의다.
한국도 웰니스와 치유 여행이 성장하고 있지만, ‘경험’ 중심에서 ‘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도심 속 녹지와 공원, 조용한 휴식 공간을 더 늘려야 한다.
숙면과 휴식의 가치를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숙박시설과 관광 프로그램에 수면과 웰니스 요소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자연 속에서 쉬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쉼’이 단순히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권리임을 인식해야 한다.
뉴질랜드의 도시들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준다.
한국도 도시 구조와 생활 리듬,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자신만의 ‘쉼’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성공은 단순한 도시 순위 경쟁이 아니다.
현대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다시 묻게 한다.
빠른 속도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여행에서 정말로 ‘쉼’을 얻고 있는가?
뉴질랜드의 사례는 ‘잠’과 ‘쉼’이야말로 현대인의 삶에 꼭 필요한 가치임을 일깨워준다.
한국 역시 앞으로 웰니스와 수면 관광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보다 ‘얼마나 잘 쉬었는가’,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가’가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삶에 꼭 필요한 쉼표, 그 답은 어쩌면 오늘 밤 당신의 ‘숙면’에 있을지 모른다.
여행의 본질은 결국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쉼’에 있다.
오클랜드와 웰링턴이 보여준 수면 관광의 성공은,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깊은 휴식’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제 우리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사진, 더 많은 이야기?
아니면, 더 깊은 쉼, 더 건강한 잠, 그리고 다시 시작할 힘.
그 답은 어쩌면, ‘숙면’에 있을지 모른다.
<저작권자(c)한국유통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및 사회적 공헌활동 홍보기사 문의: 010-3546-9865, flower_im@naver.co
검증된 모든 물건 판매 대행,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