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형 (KTN발행인 빅데이터분석 탐사보도 전문역량,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컨설팅대학원 GBC랩 데이터거래시장 연구(지도교수 김귀곤), 국가공인 데이터거래사)
데이터 산업 25조, 그러나 '거래'는 11%…통계가 말하는 데이터 유통 시장의 현주소
가치평가, 품질, 법적 리스크…데이터 거래를 가로막는 '4대 장애물'과 해법
'정책 주도'에서 '시장 자생'으로…건전한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다. 정부는 연일 '30조 원 규모'의 데이터 산업 육성을 외치고, 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를 미래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여긴다. 장밋빛 전망 속에서 우리는 거대한 데이터 경제의 태동을 목도하는 듯하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과연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제대로 '거래'하고 있는가?
데이터 산업 25조 시대, '거래'는 왜 11%에 불과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최신 「2023 데이터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데이터 산업의 규모는 무려 25조 원을 넘어섰다. 반도체에 버금가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시장의 절반 이상(52%)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솔루션과 하드웨어, 즉 '그릇'을 만드는 산업이다. 나머지 37%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컨설팅하는, 즉 '요리'하는 서비스다. 정작 데이터 그 자체를 '식재료'처럼 사고파는 순수 '데이터 판매 및 제공 서비스업'의 비중은 고작 11%(약 2.8조 원)에 불과하다. 제11기 데이터거래사 교육 현장에서 한 전문가가 "순수 거래 시장 규모에 대한 객관적 통계조차 없다"고 지적한 것은, 우리 데이터 경제가 '거래 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대목이다.
2022년 기준 데이터 시장 규모 인포그래픽 작성(분석 사용 도구 클로드)
"당신의 데이터는 얼마입니까?"…거래를 막는 4개의 거대한 벽
왜 데이터 거래는 이토록 더딜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분석은 공통적으로 네 가지의 거대한 벽을 지목한다.
첫째, '가치 평가의 벽'이다. "이 데이터의 가격이 왜 1억 원입니까?"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 어렵다. 데이터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고 사용해도 닳지 않는 특성 탓에, 전통적인 원가·시장·수익 접근법만으로는 객관적인 가격표를 붙이기 어렵다. 가격의 기준이 모호하니, 거래의 첫발을 떼기조차 힘든 것이다.
둘째, '품질의 벽'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데이터 분석의 제1원칙이다. 포스텍 이혜선 교수가 '킹콩 데이터'의 함정을 경고했듯, 오류가 섞인 데이터는 분석의 가치가 없을뿐더러 잘못된 의사결정을 초래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요리법(AI 알고리즘)이 있어도, 식재료(데이터)의 신선도가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요리를 사지 않는다.
셋째, '수요-공급 미스매치의 벽'이다. 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이걸 어떻게 팔지?'를 모르고,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은 '어떤 데이터가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를 모른다. CJ올리브네트웍스 김도형 부장이 "데이터 상품은 비즈니스의 부산물이 아닌, 철저히 기획된 상품"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깊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팔릴 만한 상품'을 설계하는 기능이 시장에 부재하다.
넷째, '법적 리스크의 벽'이다. 최민령 변호사의 지적처럼, 데이터 3법으로 가명정보 활용의 길이 열렸지만, 파생 데이터의 권리 귀속 문제, 개인정보 침해 시 책임 소재 등 회색지대는 여전하다. 이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데이터 거래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족쇄'다.
'정책 주도'를 넘어 '시장 자생'으로…그 중심에 '데이터거래사'가 서야 한다
현재 우리 데이터 거래 시장은 '데이터 바우처'와 같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에 의해 겨우 숨을 쉬고 있다. 이는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마중물이지만, 언제까지나 정부의 인공호흡기에 의존할 수는 없다. 시장이 스스로 숨 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개의 벽을 허물고 거래의 신뢰를 구축할 '야전 사령관'이 필요하다.
그 역할의 중심에 바로 '데이터거래사'가 있다.
데이터거래사는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다. 그들은 가치평가 전문가로서 데이터에 합리적인 가격표를 붙이고, 품질 컨설턴트로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증한다. 또한, 고객의 비즈니스 문제를 꿰뚫어 보는 거래 설계자로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복잡한 법률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장 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데이터거래사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이들이 '가치 평가-품질 검증-거래 설계-법률 자문'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들의 활동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0조 원 데이터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 풍성한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거래의 혈맥을 뚫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문가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데이터 산업의 미래는, '거래 없는 성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거래사들의 어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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