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교육학 박사/한국유통신문 뉴질랜드 지국장
문화적 다양성과 전통의 조화로 유아교육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한국과 뉴질랜드, 두 나라의 유아교육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철학 위에서 성장해왔다. 한국은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유아의 전인적 성장을 추구해왔고, 뉴질랜드는 아이의 자율성과 놀이 중심의 환경을 조성하며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해왔다. 이처럼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나라의 유아교육이지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뉴질랜드 현장에서 한국형 유아교육이 갖는 의미는 점점 더 특별해지고 있다.
한국 유아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 수준에서 정립된 표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있다. 이 과정은 만 3세부터 5세까지의 아동이 신체, 정서, 인지, 사회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전반에 걸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사들은 세부적으로 정리된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틀을 현장에 효과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삐아제’다. 이 기관은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을 바탕으로 유아의 발달 특성과 학습 이론에 근거한 다양한 교수법과 교육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해온 한국 대표 유아교육 전문기관이다. 놀이 중심 교육, 정서 발달 지원, 창의력 함양 활동 등 체계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수많은 유아교육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다. 특히 한국 문화에 기반한 전통놀이, 절기 교육, 한글교육 등은 유아의 정체성 형성과 문화 이해에 깊이 기여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유아교육은 ‘테 와리키(Te Whāriki)’라는 국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은 마오리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유연하고 포용적인 틀을 제공하며, 자율성과 탐색 중심의 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교육 환경은 각 가정과 공동체의 문화가 존중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교사들은 아동의 활동을 관찰하며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성장 과정을 기록한다. 학부모와의 협력도 교육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두 나라의 교육적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은 구조화된 발달 지원과 문화 정체성 교육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탐색 중심 교육을 통해 아이의 주체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오히려 상호 보완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뉴질랜드 유치원에서 한국형 삐아제의 전통놀이 프로그램이나 문화교육 콘텐츠를 적용하면, 한국계 아동에게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다른 문화권 아동에게도 다문화적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복 체험, 한글 동화 읽기, 설날과 추석 체험, 전통음식 만들기 등의 활동은 교육적 가치와 더불어 공동체 간 소통을 유도하는 도구가 된다.
한국의 ‘누리과정’이 가진 체계적인 발달 평가 틀은 뉴질랜드의 자유로운 교육현장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율성과 개별성은 유지하되, 정기적인 관찰 및 평가 항목을 통해 아이들의 발달 상황을 세심하게 점검할 수 있다. 교사들은 보다 정확하게 아동의 강점과 필요를 파악하고, 부모들과의 상담 역시 한층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아동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보다 면밀하게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모의 교육 참여 측면에서도 한국의 방식은 뉴질랜드에 신선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함께 기획하고 실천하는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에서도 이러한 접근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부모 참여형 활동이나 가정 연계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면, 자녀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효과성 모두를 높일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활용 면에서도 한국의 강점은 두드러진다. ‘한국형 삐아제’는 다양한 연령대의 유아를 위한 맞춤형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왔으며, 한글 교육이나 전래동화, 감정표현 프로그램 등은 뉴질랜드 유아교육 기관에서도 언어교육과 정서교육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한국어를 가정 내 주언어로 사용하는 이민자 가정에서는 이중언어 발달과 문화 정체성 형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전문성 강화이다. 한국은 유아교육 교사 양성과정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사 연수나 평가 시스템 또한 정교하게 마련되어 있다. 뉴질랜드의 교사들이 한국의 연수 콘텐츠나 교수법 자료를 접할 수 있다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동들을 이해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다문화 역량을 더욱 풍부하게 기를 수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유아교육은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한쪽은 구조화된 발달 지원과 문화 정체성 교육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다른 한쪽은 자유롭고 자율적인 탐색 중심 교육을 통해 아이의 주체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이제는 이러한 장점들을 서로 배우고, 융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시켜야 할 시점이다. 뉴질랜드에서 한국형 유아교육이 꽃을 피우는 일은 단지 하나의 교육 실험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세계시민으로 자라나는 데 있어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아동은 스스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구성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조력자다. 한국형 삐아제의 프로그램과 콘텐츠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놀이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가도록 돕는다. 뉴질랜드의 열린 교육 환경과 결합할 때, 이는 단순한 문화교류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교육, 그리고 모두를 위한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오늘날 뉴질랜드의 교실에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함께 어울린다. 이 아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자신만의 뿌리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한국형 유아교육이 뉴질랜드에서 꽃피워야 할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삐아제와 같은 기관이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통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미래 유아교육의 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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