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교육학 박사). 북경화지아대학교 국제교류처장, 기업관리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내고 있다.
5월 22일은 UN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매년 이 날이 되면 전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지속가능한 미래를 되새긴다. 올해 같은 날, 파주의 ‘지혜의 숲’에서는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의미 있는 자리였지만, 나는 이 소식을 뉴질랜드에서 접하며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날을 바라보게 됐다.
뉴질랜드는 생물다양성 보호와 ESG 실천이 이미 삶과 제도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나라다. 하루의 캠페인이 아닌, 매일의 정책과 교육, 기업 경영과 지역사회 행동 속에서 자연을 대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1991년 자원관리법(Resource Management Act)을 도입하며 자연보호의 법적 기틀을 마련했고, 이후 기후재무공시(Climate-related Disclosures, CRD)와 같은 강제 규정을 통해 ESG가 구호가 아닌 의무가 되었다. 기업은 투자 결정이나 경영 활동에 기후위험과 생물다양성 영향을 평가해 공시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지침을 업데이트한다.
2022년 채택된 Kunming-Montreal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따라 뉴질랜드는 2030년까지 국토의 30%를 보호구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이 아니라 마오리 원주민 공동체, 지역 의회, 시민단체가 함께 논의하고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의 특징은 ‘자연보호는 제도에 맡기고, 실천은 시민이 주도하는 구조’다. 예컨대 더니든이나 넬슨 등 남섬 도시에서는 지역 학교들이 매년 지역 하천의 생물다양성 조사에 참여하고, 시민단체는 멸종위기종을 위한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를 연중 운영한다. 이 모든 활동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기업의 ESG 보고서에도 ‘파트너십’의 형태로 기록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을 함께 다룬다는 점도 특징이다.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 관리,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저탄소 농법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략은 경제적 동기와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기에 지속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파주 지혜의숲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세미나는 ‘생명’이라는 주제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발표와 전시는 관람만이 아닌 미래세대의 참여를 유도한 구조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감동적인 행사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뉴질랜드처럼 ‘제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은 아직 ESG와 생물다양성 관련 법제화 수준이 제한적이며, 기업보고도 자율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아무리 좋은 활동을 펼쳐도, 정책과 기업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시민의 참여와 감수성에 기반한 생태 실천을 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참여, 지역 공동체의 역할, 문화와 예술을 통한 자연 메시지 전달. 이는 한국과 뉴질랜드 모두의 강점이다.
다만 뉴질랜드는 그 공감을 법과 시스템으로 ‘고착’시켜 지속 가능성의 사다리를 만든다면, 한국은 아직 그 공감이 제도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감성의 울림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차이는 곧 기회의 차이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처럼 감동을 구조화하고, 시민참여를 제도와 엮는다면 한국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실천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이 감동이, 내일 누군가에게 정책이 될 수 있는가?”
한국의 행사가 보여준 감성적 울림과 학생들의 진심은 충분히 제도화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연결’이다.
감동을 행동으로, 행동을 제도로, 제도를 다시 감동으로 연결하는 순환 고리.
이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면, 한국과 뉴질랜드는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도 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의 상생, 그 거대한 주제를 실천으로 옮기는 여정에, 두 나라의 경험은 서로의 거울이자 길잡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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