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박사/KTN한국유통신문 뉴질랜드 지국장
자연에서 얻은 식품 중에서 가공할 필요가 없는 ‘꿀’은 신의 음식으로 불린다. 꿀을 설탕 덩어리인 것처럼 여길 수 있으나, 천연 꿀은 높은 당분 함량에도 불구하고 결코 설탕 덩어리가 아니다. 꿀은 과당과 포도당으로 구성된 단당류로, 단맛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꿀을 생명처럼 여기는 종족이 있다. 아프리카 에페족은 1년에 두 달을 ‘꿀의 달’로 지정하고, 꿀 먹기와 꿀 바르기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꿀의 역사는 매우 길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 전에도 꿀이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꿀단지가 발견됐다. 당시 이집트 사람들은 꿀벌이 뜨거운 사막에 떨어진 태양신의 눈물이라고 여겼으며, 왕(파라오)을 꿀벌의 왕이라고 불렀다. 또한 왕이나 귀족이 죽으면 미라(mirra)로 만들어 보존하는 풍습이 있었고, 이때 미라에 벌꿀을 발랐다. 꿀이 미라 제작에 사용됐다는 사실은 놀랍다. 한편, 파라오의 무덤에서 꿀 항아리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당시 꿀의 위상이 매우 높았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대에서 꿀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귀한 보석처럼 여겨졌다. 따라서 신, 동물 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해 꿀을 제물로 바치는 일이 흔했다. 또한 꿀이 귀했기 때문에 갚아야 할 빚을 꿀로 대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양봉의 역사는 신라시대에 꿀이 사용됐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백제 왕자가 일본에 가서 꿀벌을 기르는 법을 전수했다는 사실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 로마 시대 로마 사람들은 꿀을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슬로 여겼으며,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 꿀벌이 없어진다면, 인류는 4년 만에 모습을 감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늘날 꿀벌이 식량 재배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가 약 373조 원에 달할 만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동안 꿀은 치료제, 활력 증진제, 감미료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동의보감’에서는 “벌꿀은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비위를 보강하고 아픈 것을 멈추게 하며 독을 없앨 뿐 아니라, 약을 조화롭게 하고 헐은 입을 치료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 등 각종 운동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필히 꿀을 먹였다고 한다. 이는 꿀의 뛰어난 효능 때문이었다. 이처럼 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동안 치료제, 활력 증진제, 감미료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꿀은 독특한 성질을 지닌다. 특히 면역력 강화와 상처 부위 증상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꿀은 몸속의 박테리아와 접촉하면 박테리아를 즉시 박멸시킨다. 예를 들면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 포도상균, 연쇄구균 같은 박테리아를 성공적으로 파괴한다. 꿀이 박테리아의 수분을 제거할 수 있는 삼투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꿀의 항생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환경 오염 등으로 체내에 적지 않은 노폐물을 갖고 있다. 이때 매일 따뜻한 꿀물 한 잔을 꾸준히 마시면 신비롭게도 노폐물이 제거되고 해독된다. 꿀이 이뇨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폐물의 배출을 원활하게 돕는다.
꿀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인류가 만든 최초의 술은 벌꿀을 재료로 발효시킨 밀주(蜜酒)다. 꿀물을 마신 후 발효되는 과정을 보고 밀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꿀은 귀한 식품 및 약품으로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특히 위장병, 피부병, 내과 질환, 소화불량 등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오리족은 마누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균 물질로 인해 마누카 나무를 약제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마누카 꿀’이다. ‘액체 금(liquid gold)’이라고도 불리는 마누카 꿀은 메틸글리옥살(MGO) 성분이 풍부해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는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한다.
고대 뉴질랜드에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들이 즐겨 마실 차가 없었다. 이는 지리적으로 대륙과 떨어진 오지였고, 무역과 해외 유입 인구가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들은 즐겨 마실 수 있는 차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바닷가 언덕이든, 동네 공원이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 중 하나였다. 꽃 색깔은 분홍색과 흰색을 띠며, 흰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하는 꽃이 핀다는 점이 특이했다. 그 나무는 뉴질랜드의 토종 나무인 ‘마누카(Manuka)’였다. 매우 단단하고 질겨서 마오리족은 이 나무를 겨울철 난방용 장작, 농기구 연장, 창과 화살 같은 무기 제작에 사용했다.
18세기에는 유럽 이민자들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착은 했지만 바로 생활의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마오리족과 마찬가지로 해안가에서 조개를 채취하거나 고래잡이를 하러 바다로 낚시를 가곤 했다. 유럽식 풍토에 길들여진 그들은 일상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으나, 마땅히 즐길 차가 없었다. 그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누카 나뭇잎을 우려내 차를 만들어 마셔 보았다. 그들이 마신 차는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독특한 향을 지녔다. 그때부터 마누카 나무를 뉴질랜드 차 나무(New Zealand Tea Tre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보잘것없는 나무로 여겨졌던 마누카 나무가 이 계기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마누카 나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이유는, 마누카 꽃에서 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누카 꽃은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피며,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안정감을 주는 은은한 향기를 자아낸다. 꽃은 가지 하나에 여러 개가 피지만, 크기는 지름 약 1.8㎝로 작은 편이다.
마오리족은 마누카 나무를 약제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그 이유는 마누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균 물질 때문이었다. 작은 꽃이 무성한 관목에서 꿀벌이 꿀을 모은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이를 계기로 생산된 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누카 꿀(Manuka Honey)이다.
유칼립투스(Eucalyptus) 향이 강한 마누카 꿀은 토착 식물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다른 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의 성분을 지닌다. 바로 UMF(Unique Manuka Factor) 성분이다. 이는 마누카 특유의 성분을 의미하며, 항균 작용 활성 인자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글쓴이 박춘태
교육학 박사
북경화지아대/몽골후레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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