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미는 누구의 고향이기 전에 시민 모두의 도시다

사회부 0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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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구미점 상영 중단, 관객의 선택보다 앞설 수 없는 운영자의 신념

독재시대의 통제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상영 중단, 시민의 선택권은 어디에


영화를 비판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이 다른 사람의 관람 기회를 차단하는 요구로 이어질 때에는 별도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한다. 영화 ‘암살자(들)’을 상영 목록에서 제외한 CGV 구미점의 결정에 묻고 싶은 것도 이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누구의 판단에 따라 관객의 선택지를 줄였는가.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CGV 구미점은 6일부터 해당 영화의 상영을 중단했다. CGV 관계자는 구미점이 위탁 운영 지점이며, 상영 중단은 위탁 운영 극장의 자체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의 다른 영화관에서는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구미 전체의 상영 금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특정 극장에서 시민의 관람 기회가 줄어든 사실과 그 결정의 타당성은 충분히 공적 논의의 대상이다. 


윤상훈 구미시체육회장과 해당 극장의 관계도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과거 지역 보도는 윤 회장을 주식회사 금송 회장으로 소개하면서 CGV 영화관 사업을 함께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관계만으로 이번 상영 중단이 윤 회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현재의 운영 법인과 의사결정 책임자, 중단 사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민간 극장에는 작품을 편성할 경영상의 재량이 있다. 특정 작품을 상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나 국가의 검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편성 권한이 있다는 말로 모든 결정의 사회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객 수요와 계약 조건, 시설 운영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이를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운영자의 정치적 신념이나 특정 집단의 반발 때문에 상영을 중단했다면, 관객의 판단보다 그들의 신념을 앞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일수록 시민의 신뢰가 중요한 자산이다. 기업가의 성취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존중받을 일이다. 그렇다고 그 성취가 시민을 대신해 문화적 판단을 내려도 된다는 권한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시민은 기업의 고객이면서 각자의 생각과 취향을 가진 독립된 주체다. 지역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의 선택에도 책임 있게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 결정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데에는 배경이 있다. 구미에서는 정치권과 일부 단체가 영화의 역사 왜곡을 주장하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그 요구가 이번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일이 맞물린 만큼 운영 측의 구체적인 설명은 더욱 필요하다. 중단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요구 때문에 중단했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그 구분을 가능하게 할 정보를 제공할 책임은 결정 주체에게 있다.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도 검증을 거쳐야 한다. 어떤 장면이 어떤 기록과 충돌하는지, 사실의 재현과 극적 허구가 어떻게 섞였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제작진 역시 실존 인물과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설명하고 비판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과 다른 관객의 접근을 막는 일은 같은 행위가 아니다. 반론과 토론으로 입증해야 할 주장을 상영 중단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태도 역시 역사 전체를 직시할 때 설득력을 얻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박정희의 만주군 혈서 지원을 보도한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 사본과 군 경력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해방 이후 남로당 관련 활동과 숙군 과정에서의 체포·구명 경위도 언론과 역사 서술에서 다뤄져 왔다. 이런 이력은 대통령 재임기의 성과와 함께 검토할 역사적 대상이다.


그의 공적을 평가하려는 사람도, 과오를 비판하려는 사람도 자료 앞에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유리한 기록만 남기는 기념도, 불리한 기록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비난도 충분한 역사 이해가 될 수 없다. 역사적 인물의 복합적인 생애를 시민이 직접 읽고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한 평가에 동의해야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는 성숙한 역사문화와 거리가 멀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생지이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일하고 정착하며 삶을 일군 도시다. 시민들의 출신도, 정치적 생각도, 역사관도 다양하다. 특정 인물의 고향이라는 사실이 그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존경과 해석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박정희를 존경하는 시민과 비판하는 시민, 정치적 논쟁과 무관하게 영화를 보고 싶은 시민은 모두 동등한 구미시민이다.


다른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 결정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지 못한다. 그것은 관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일 뿐, 해당 극장이 왜 선택지를 없앴는지를 답해 주지는 않는다. 운영 측은 결정의 주체와 기준을 밝히고, 정치적 반발이 이유였다면 관객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상영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자신의 역사관을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시민의 관람 여부까지 대신 결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구미의 품격은 모두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생각을 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민이 같은 도시에서 자유롭게 보고,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을 때 높아진다.


박정희를 기릴 자유도, 박정희를 비판할 자유도 시민에게 있다. 구미는 누구의 고향이기 전에, 시민 모두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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