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가 지옥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사회부 0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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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가족이 삶을 바꾸며 우리에게 묻다, ‘정말 이게 최선인가?’

“매일이 빚이었다.”  

 

6자리 연봉에도 통장은 늘 텅 비었고, 부채는 9만5천 달러에 달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루스(Ruth)와 브라이언 터커(Bryan Tucker) 부부, 그리고 두 아이가 고통스러운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선택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대전환’이었다.


2023년 11월, 가족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집을 떠났다. 그리고 세계 곳곳을 돌며 온라인 보험 중개 일을 이어갔다. 태국, 베트남, 조지아, 루마니아 등 물가가 낮고 기후가 편안한 나라들에서 한 해를 보내며 그들은 빚을 청산했고, 잃어버렸던 ‘삶의 여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 뉴질랜드로 돌아와 첫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있다.


그들이 겪은 여정은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열심히 일해도 왜 가난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세상 앞에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바로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그 끝없이 닮아 있다.


루스가 털어놓았다.  

“뉴질랜드에서는 아무리 벌어도 끝없이 갚아야 했어요.”


이 말은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한숨과 똑같다. 전세든 월세든 집 걱정, 육아와 교육비, 보험료, 대출금까지 손에 잡히지 않는 고정지출들이 일상을 짓누른다. 외식은 사치가 되고, 주말 여가 걱정은 부담이다.


터커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금리 대출, 치솟는 주거비, 감당하기 버거운 생활비. 결국 “옷은 중고만 샀고, 외식은 끊었으며, 액티비티도 무료만 골랐다.” 이 모습은 지금 한국에서 ‘자린고비’라 불리며 버티는 청년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조차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없는 현실.


그러나, 그들은 과감하게 일상을 바꾸었다. '익숙함' 속에서 길을 잃기보다 ‘낯섦’으로 발을 내딛었다. 비싼 도시를 떠나 값싼 땅으로, 틀에 박힌 삶을 과감히 벗고 모험을 선택했다. 그리고 잊었던 삶의 균형을 찾아냈다.


“크라이스트처치, 인버카길, 조지아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뉴질랜드보다 훨씬 저렴한 생활비 덕분에, 처음으로 진짜 ‘여윳돈’이 생겼습니다.”


그 ‘여윳돈’은 단순한 잔고 이상의 의미였다. 삶에 대한 여유, 마음의 공간이었다. 두 자녀는 뉴질랜드 원격 교육기관인 테쿠라(Te Kura)와 함께 학업을 이어나갔고, 가족은 에어비앤비에서 잠시씩 머물며 새로운 곳을 경험했다.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그 과정은 무리한 도피가 아닌 ‘삶의 순례’였다. 자연을 보고 문화를 흡수하며, 아이들은 교과서가 아닌 ‘삶 자체’에서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점점 늘어나지만, 여전히 ‘정규직, 내 집 마련, 은퇴’라는 직선적 인생 공식이 강고하다. ‘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 실패한 삶’이라는 관념, ‘직장을 잃으면 불안한 미래’라는 두려움은 자유로운 삶을 막는 벽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가두는가.


터커 가족도 고된 길을 말했다. “아이들이 장거리 이동에 지쳐 눈물을 보였고, 가족과 친구가 그리웠다.” 하지만 그 힘든 순간에도 그들은 확신했다. “빚이 사라지니 삶의 스트레스도 사라졌고, 아이들에게 이 경험은 어떤 교과서보다 값진 교육이었다.”


우리도 질문해야 한다.  

‘이게 정말 최선인가?’  

‘나와 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다른 길도 가능하지 않을까?’


디지털 노마드가 모두에게 답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삶도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품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루스 가족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물가가 낮고 비교적 안전한 나라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조지아, 루마니아, 이집트, 모로코 등이다. 한 달 단위의 에어비앤비 예약 및 펫시팅 플랫폼을 활용한다. 도시별 생활비를 미리 조사하며, numbeo.com 같은 사이트를 이용한다. 원격 교육과 현지 커뮤니티 연계를 통한 교육 공백을 최소화한다.  


이것은 단순한 노하우를 넘어 ‘살 수 있는 곳’이 아닌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삶의 첫걸음이다.


한국도 디지털 인프라와 원격 근무, 홈스쿨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작은 용기와 정보, 그리고 모험심이 더해진다면 우리도 터커 가족처럼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삶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삶을 위해 방식을 바꿀 것인가.


터커 가족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조용히 외치는 듯하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삶은 오직 한 가지 방식만 존재하지 않아요.”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용기와 희망으로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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