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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접한 ‘보이지 않는 상처’는 스포츠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삶의 방식이자 국민적 자부심의 근원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럭비, 크리켓, 네트볼 등 몸을 쓰는 스포츠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뉴질랜드에서는 강인함과 투지가 중요한 미덕으로 여겨지며, 부상은 단순히 회복하고 경기에 복귀해야 할 일시적 장애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뇌진탕과 같은 ‘보이지 않는 상처’가 존재하며, 이는 선수들의 육체적, 정신적 삶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반복되는 뇌진탕과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에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시력 저하,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젊은 나이에 충분히 쉬지 못하고 경기에 복귀해야 하는 현실은 육체적 부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다.
한국의 스포츠 현실도 열정과 부상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는 국민적 관심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강요하고 승리와 결과 중심주의에 몰리기 쉽다. 선수들은 부상을 숨기거나 충분한 회복 없이 경기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 “나약한 소리 하지 마라”와 같은 말들은 부상을 감내해야 할 덕목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1970년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한 선수는 당시에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정신력과 깡으로 버텼다고 회상한다. 이런 경험은 당시 선수들이 부상을 감추고 강인함만을 강조했던 스포츠 문화를 보여준다.
현대 한국 스포츠에서는 엘리트 선수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과 스포츠 의학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부상 회복과 예방에 상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청소년 선수나 생활 스포츠 참여자들은 여전히 전문 시설 접근성이나 심리적 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외상이 눈에 띄지 않는 뇌진탕은 간과되기 쉽고,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은 선수 생활이나 학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뉴질랜드와 한국 사례를 비교하면, 스포츠 부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여전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스포츠는 건강한 삶을 위한 도구이지, 몸을 혹사시키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수단이 아니다. 선수들이 부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며, 승리만을 강요하기보다 선수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스포츠 부상은 육체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어려움과 정체성 혼란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하고 돕는 공감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대학 등 교육 기관에서 뇌진탕 예방 프로그램과 정신 건강 관리를 강화하는 시도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예이며, 아픔을 통한 성장과 다른 사람을 돕는 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뉴질랜드와 한국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안에서 겪는 ‘보이지 않는 상처’는 공통적이다. 이제는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부상 예방 교육 강화, 전문 재활 시스템 구축, 정신 건강 관리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인내심, 협동심, 도전 정신을 가르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보이지 않는 상처’에 귀 기울이고 치유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이루어질 때, 스포츠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갖게 되며, 한국 스포츠가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이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보듬을 때, 스포츠를 통한 진정한 감동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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