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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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Funded’ 플랫폼이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의 방향


기회는 종종 공평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교육·복지·창업·문화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폭으로 열려 있지 않다. 특히 공공 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 들어서면, 그 문턱의 높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정보 접근의 어려움, 불투명한 기준, 복잡한 행정 절차, 경쟁 중심 구조는 시민과 기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든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현실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민간재단이 수많은 공모사업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얻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행정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나 경험이 부족한 청년, 네트워크가 부족한 지역 단체에게 지원사업 참여는 종종 ‘전문가의 도움’을 전제로 하는 어려운 과정이 된다. 지원을 위한 컨설팅 시장이 별도로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구조적 장벽이 얼마나 높게 존재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에서 등장한 시도는 시사점을 던진다. 두 명의 박사 졸업생, 애버릴 모저-러스트(Averill Moser-Rust)와 보니 험프리(Bonnie Humphrey)가 개발한 웹사이트 ‘Funded’는 기존 공공 자금 지원 체계의 비효율성과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두 개발자는 연구 현장에서 반복되는 프로젝트 실패의 원인이 재정 부족이 아니라, 자금에 접근하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점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한다.


Funded는 지원자와 기금 제공자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만나게 하는 ‘지원금 시장(Marketplace)’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개인·단체·학생·비영리기관 누구나 프로젝트를 등록할 수 있고, 지방의회·재단·민간단체는 자금 기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신청의 문턱을 낮추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특히 이 플랫폼이 ‘코하(Koha)’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뉴질랜드적 특성이 담겨 있는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문화 기반 모델이기 때문에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마오리의 공유·상생 문화를 반영한 구조로, 공공성의 가치를 기술 플랫폼 속에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시의회는 이미 이 플랫폼을 통해 150만 달러가 넘는 커뮤니티 펀딩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시의회 관계자는 “기존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 중앙화된 기회 제공 창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공공기관이 기술을 활용해 시민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에는 수많은 지원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들 정보를 한곳에서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여전히 부족하다. 심사 기준은 기관별로 상이하고, 신청 절차는 복잡하며, 결과 피드백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결국 정보 접근 능력, 행정 이해도, 네트워크 여부가 ‘기회의 문 앞에서 선택받는 자’를 결정하는 구조가 된다.


만약 한국에서도 Funded와 유사한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지역 청년의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지방 마을 단위의 문화행사, 사회적 약자가 주도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 지금까지 기회가 닿지 않아 사라졌던 수많은 시도가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접근성’이 공공정책의 핵심 가치임을 인식해야 한다. 공공 자금이 아무리 많아도, 그 자금이 실제로 닿지 않는다면 정책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캔터베리대학교 창업센터장 피트 하워드(Pete Howard)는 “오늘날 학생들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발언은 새로운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 기회 평등, 정보 개방성, 공동체 기여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가치가 공공 지원 시스템에 반영될 때 사회는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Funded의 출발은 작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접근성이 보장될 때, 더 많은 사람이 기회의 문 앞에 설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을 통과하는 이들이 많아질 때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다양해진다.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 자금이 ‘선택받은 일부’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희망이 되도록 말이다.


기회의 문을 넓히는 일은 기술보다 사람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누구나 가능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의 가치이며, 우리의 다음 시대가 향해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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