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교육학 박사).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남섬에서 시작된 노동당의 새로운 행보는, 그저 선거 전략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등을 돌린 남섬 유권자들과 다시 손을 맞잡기 위한, 간절하고도 절박한 여정의 시작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정치 풍경,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소외와 단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남섬 유권자들이 느끼는 소외감, 정권 교체 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료 서비스, 줄어드는 직업 기회, 오르는 집값과 같은 생활의 무거움은 비단 뉴질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지방의 격차를 놓고 매번 뜨겁게 토론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선 “우리는 잊혔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있다.
한국에서도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행정 편의주의에 밀려, 지방 민심은 적막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최근 노동당의 리더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섬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장의 기조는 선명하다. 중앙정치보다 생활 속 불편, 지역 밀착형 문제에 집중할 것. 이 모습은 지방을 돌보려는 한국 정치인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선거철마다 고개를 내민 정치인들이 지나가 버린 후, 남는 것은 여전한 교통, 의료, 교육의 불균형이었다는 현실까지도.
그러나 이번 남섬의 변화는 어떤 약속과는 달라 보인다. 지역의 현안을 면밀히 청취하고, “통계와 숫자가 아닌 사람의 삶, 공동체의 연대”라는 본질적 가치를 붙든다. 이 지점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의 거울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남섬의 사례에서 우리는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의 힘을 배울 수 있다. 정치란 특정 계층, 특정 지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행정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 정부의 관심이 소홀했던 곳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소박한 진심, 이것이야말로 국정을 움직이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한국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을 가르는 벽을 낮추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움직임들이 확산되어야 한다. 지역 기반의 산업을 키우고, 지역 맞춤형 복지와 교육, 교통 혁신이 단발적 이벤트에 끝나서는 안 된다. 한 명의 시민, 한 명의 유권자가 ‘내 목소리가 정책에 닿는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때, 정치의 변화는 현실이 된다.
남섬을 찾아간 노동당 지도자의 메시지는 결국, “우리 정치가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이 약속은 어느새 우리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가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올 때, 우리는 비로소 미래를 꿈꿀 힘을 얻게 된다.
한국의 유권자도, 뉴질랜드의 유권자도 공통된 바람을 갖고 있다. ‘나의 삶, 우리 지역의 더 나은 내일을 누군가 진심으로 지켜보고, 책임지길’ 원하는 간절함이다. 정치는 사랑이고, 약속이며, 연대다. 남섬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의 불빛이, 한국의 구석구석에도 따뜻하게 번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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