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경제부칼럼위원/경영학박사
회색빛 농공단지의 화려한 부활, ‘데이터’로 그리는 공공자산 르네상스
데이터 경제와 상권 생태계를 꿰뚫는 시선
대한민국 전체 산업단지의 36%를 차지하며 지방 경제의 핏줄 역할을 해 온 농공단지가 인프라 노후화와 인구 소멸이라는 치명적인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단순한 예산 투입과 토목 공사를 넘어 공간의 패러다임을 ‘데이터 테크 기반의 지능형 거버넌스’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방 도시의 외곽을 달리다 보면 녹슨 철문과 빛바랜 외벽의 공장들이 줄지어 선 농공단지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80~90년대 조성된 이 산업 공간들은 20년 이상의 세월을 거치며 하드웨어 노후화의 한계에 부딪혔다.
더 심각한 것은 이곳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의 부재다.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다부처로 쪼개진 권한은 거대한 ‘데이터 사일로(Data Silo)’를 낳았고, 통합된 청사진 없이 집행되는 일회성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증발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의 파편화는 결국 청년층의 취업 기피와 자본 유동성 상실로 이어지며, 지역 상권과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단순히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공간 점유의 관점으로는 현재의 ‘동력 상실의 악순환’을 끊어 낼 수 없다.
정적 보존에서 동적 ‘건물 신용등급화(BCS)’로
최근 한국데이터경제연구소(KDEI)와 두레시닝(주)이 공동 연구를 통해 제시한 ‘KDAP 4D 플랫폼’ 기반의 공공자산 신용등급화 전략은 이 문제에 대한 매우 실증적인 해법을 던진다.
과거의 공공자산 관리가 수기 대장과 감가상각에 의존한 정적 ‘자산 보존’이었다면, 이제는 실시간 데이터를 융합해 미래 잠재 가치를 평가하는 동적 ‘건물 신용등급화(Building Credit Score, BCS)’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전략의 뼈대는 실물 자산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삼위일체 생태계(DVMS, DPMS, DFMS)에 있다. 가치평가(DVMS) 모델은 주변 상권의 매출 변동, 실거래가 상승률, 미래 수익 환원 잠재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전국 공인중개사 생태계와 융합해 고도화된 리포트를 무상 개방함으로써, 대형 자본에 밀려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던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디지털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단편적 토목 행정의 한계를 넘어 ‘동적 데이터 통제 플랫폼’이 결합될 때 비로소 지역 경제 생태계를 살리는 정책이 완성된다.”
미시적 데이터 통제로 거시적 경제 건전성 방어
상권과 부동산 정책 분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미세한 징후를 거시적 정책으로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자산·임대 표준화 시스템인 DPMS는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감, 미세한 임대료 연체 빈도 증가 등의 동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한다. 이는 잠재적 부실채권(NPL)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하청 공급망과 지역 상권의 연쇄 붕괴를 원천 차단하는 거시 건전성 방어(Macro Prudential Hedging)의 핵심 기제가 된다.
또한 DFMS(시설 생애주기 관리)에 인공지능 예지 보전 기술인 FireSens를 도입한 것은 매우 실효성 높은 접근이다. 분전반 내부에 딥러닝 칩을 심어 누설 전류나 미세 아크(불꽃)를 실시간으로 감지함으로써, 낡은 배선으로 인한 대형 화재 위험으로부터 소상공인의 생명과 자산을 지켜 낸다.
사후 대처(Run-to-Failure)에 낭비되던 막대한 국가 혈세를 사전 방어를 통해 극단적으로 절감하는 것이다.
‘정주 인구’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활 인구’ 빅데이터로
공공자산 관리와 지역 상권 부양을 위한 예산 배분의 타기팅도 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서류상의 ‘정주 인구(주민등록 인구)’에만 의존해 왔다.
농공단지 배후의 빈약한 정주 인구 통계로는 주간에 통근해 경제 활동을 일으키는 실제 활력을 측정할 수 없다. 통신사 이동 데이터, 상권 와이파이, 카드 소비 트래픽을 결합한 ‘생활(체류) 인구’ 빅데이터를 도입해야만 복합문화센터의 최적 입지를 선정하고 상권 매출 증대를 이끌어 내는 정밀한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공간은 그 자체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자본의 흐름에 따라 숨 쉬는 유기체다. 회색 시멘트로 굳어 버린 과거의 생산 기지가 스스로 에너지를 통제하고 위험을 방어하는 ‘동적 생태계’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이식이 필수적이다.
데이터를 통해 낡은 산업단지에 다시 혁신 자본과 청년을 되부르는 공공자산의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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