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종로구의회 의원 이광규
종로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가 가장 깊이 축적된 공간이다. 수많은 문화재와 전통 자산이 이곳에 남아 있고, 이를 지키는 일은 분명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종로는 ‘보존’이라는 이름 아래 과도한 규제에 묶여,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문화재 보존지역, 고도제한, 각종 개발 제한은 종로 전반에 걸쳐 중첩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그 결과 주거 환경 개선은 지연되고, 상권은 낙후되며,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와 생활 편의 모두에서 제약을 받아왔다. 특히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최소한의 수리조차 어려운 경우가 반복되며, 생활 불편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보존과 생활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문제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보존을 우선에 두고 생활을 뒤로 미루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두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규제의 ‘정밀화’다. 동일한 기준을 넓은 지역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문화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핵심 구역과, 그 외의 생활 공간은 구분되어야 한다. 보존의 필요성이 높은 구역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생활 개선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허용 범위의 명확화’다. 현재 종로의 규제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절차가 복잡해, 주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제한되는지조차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개선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주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준을 정리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규제 완화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또한 보존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을 주민에게만 전가하는 구조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문화재 보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인 만큼, 그에 따른 비용 역시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 주거 환경 개선, 건축 보수, 시설 정비 등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보존 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갖기 어렵다.
현장에서 보면, 규제가 문제인 경우보다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결국 주민의 이탈을 초래하고, 이는 곧 지역의 공동화를 불러온다. 사람이 떠난 보존은 의미를 잃는다.
종로는 박물관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따라서 보존 정책 역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생활이 유지되고, 상권이 돌아가며, 주민이 머무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문화도 지속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보존과 삶이 충돌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종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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