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미라면축제 민주당 시장이였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과 함께라면

사회부 0 443

 

 

보릿고개 라면에서 K-푸드 메카까지, 구미가 놓치고 있는 한 장면

7천만 원 아이디어, 8억 원 축제로… 그러나 사라진 ‘원조 주인공들’

 

반도체 도시 구미, 이제는 여야 넘어 ‘라면으로 세계와 함께라면’

 

라면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다. 보릿고개 시절, 라면 한 봉지와 스프 하나에 물을 넉넉히 붓고 김치 한 접시 곁들여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눠 먹던 기억은 세대를 막론하고 공유되는 집단 기억이다. 오늘날 라면은 가난의 상징을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대표적인 K-푸드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구미시의 ‘구미라면축제’는 단순한 지역 먹거리 행사를 넘어, 한국 산업도시 구미가 K-푸드의 도시로도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김재우 구미시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지적했듯, 이 축제의 출발점은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2020년, 코로나로 도시가 얼어붙어 있을 때 “구미에 제대로 된 축제가 없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선산곱창축제라는 푸드축제를 시도했고, 그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2021년에는 한 민주당 시의원이 “공단에 산업박물관을 만들자”는 고민 속에서 일본 라면박물관의 사례를 떠올리고, 구미에 위치한 농심 공장을 연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여기에 기획력 있는 공무원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라면축제’라는 콘셉트가 예산으로 편성되었지만, 정작 이 구상을 뿌리내리게 한 장세용 전 시장은 재선에 실패해 축제를 직접 치러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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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장, 여야협치 장세용 전 구미시장 송년 기자간담회 현장


출발은 7천만 원 남짓한 예산이었다. 그 사이 구미라면축제는 8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구미시민 40만 명에게 라면 두 개씩 나누어 줄 수 있는 예산”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덩치를 키웠다. 축제의 성공을 자랑하는 보도와 홍보는 넘쳐나지만, 그 기획의 출발선에 서 있던 전임 시장과 시의원, 그리고 공무원들의 이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인보이(Invoice) 처리도 되지 않은 채” 공로 자체가 장부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김재우 시의원이 던진 “라면이라도 한 그릇 드셨는지요?”라는 물음은, 단지 한 정치인을 향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성과의 기억을 지우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정해보자.

만약 구미에 민주당 시장이 계속 시정을 맡고 있었다면,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탄생한 이 시점에 대통령이 방문했다면, 2025년 구미라면축제의 풍경은 어땠을까.


구미역 앞 광장은 이재명 대통령(성남시장 당시)이 과거 한 번 찾아와 연설했던 장소다. 당시 구미시는 그의 강연 장소 대관조차 허용하지 않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시민의 다양한 정치적 표현과 토론을 가로막는 도시가 과연 ‘글로벌 축제 도시’를 꿈꿀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장면이다.


반대로 상상해볼 수 있다. 만약 과거 그에게 열린 광장을 내주고, 지금은 대통령이 된 그가 다시 구미를 찾아 라면을 들고 시민과 사진을 찍는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어떠했을까. K-푸드의 상징인 라면, K-정치의 상징적 인물로 성장한 대통령, 그리고 산업도시 구미의 브랜드가 한 화면 안에서 만나는 그 장면은, 구미라면축제가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세계로 송출되는 K-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더없이 강력한 이미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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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7일 이재명 성남시장 구미거리 연설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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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는 이미 반도체, 전자 산업으로 각인된 도시다. 여기에 K-푸드를 더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니라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확장이다. 구미라면축제가 농심 한 기업의 이벤트로 머물지 않고, 삼양·오뚜기 등 국내 대표 라면 기업은 물론, 다양한 글로벌 식품 브랜드가 참여하는 ‘라면·누들 월드 페스티벌’로 발전한다면, 구미는 “반도체의 도시이자 라면의 도시”라는 이중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곧 지역 소상공인, 청년 창업, 관광 산업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도시 생태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정치적 색깔에 따라 성과의 출처를 지우는 관행부터 멈춰야 한다. 2020년 선산곱창축제를 제안한 사람, 2021년 라면축제 아이디어를 내고 예산을 붙인 사람, 이 아이디어를 행정으로 구현한 공무원들, 그리고 현재 이를 키워 온 민·관 주체들까지, 이름과 소속은 달라도 이들은 모두 ‘구미라면축제’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함께 만든 공동 저자들이다. 어느 한 정권, 어느 한 정당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둘째, 여야를 막론한 글로벌 마인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K-푸드와 K-컬처의 경쟁 상대는 옆 동네 정당이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도시와 콘텐츠다. 국내 정치의 이해득실보다, 구미라는 도시의 10년·20년 후 브랜드 가치를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 리더십 아래에서라면, 이재명 대통령이든, 다른 누구든, 현직 대통령이 시민과 함께 종이컵 라면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더 이상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 마케팅의 절정 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미라면축제의 미래는 “누가 시작했는가”에서 “누가 함께 키워갈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는 데서 열린다.

출발선의 공로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예의이고, 정파를 넘어 축제를 함께 키울 파트너를 찾는 것은 미래에 대한 책임이다. 정치가 이 축제를 둘러싼 공을 다투는 대신, 시민과 기업, 예술가, 청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구미라면축제는 매년 라면만 끓이는 행사가 아니라, 도시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함께 끓여내는 거대한 냄비가 될 것이다.


만약 이번 구미라면축제가 민주당 시장 시절부터의 기획과 비전을 끊김 없이 이어온 도시였다면,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도시를 찾아와 국민과 함께 라면 한 그릇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그것은 특정 정당의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함께라면 더 나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작성인: KTN발행인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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