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클랜드 아시안 슈퍼마켓의 성장과 그 이면에서 본 한국·뉴질랜드 소비문화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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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교육학 박사).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 대형 아시안 슈퍼마켓들이 연이어 문을 열고 있다. ‘푸디(Foodie)’, ‘타이핑(Tai Ping)’, ‘리엔화(LianHua)’, ‘메돌(Medol)’ 등 이름만 들어도 아시아 각국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이들 매장은 이제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문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단지 숫자로만, 혹은 상업적인 관점에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는 뉴질랜드 사회가 품은 다문화적 포용성과, 동시에 한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갖는 소비문화의 차이가 섬세하게 녹아 있다.


2024년 8월, 웨스트게이트에 문을 연 ‘푸디’와 헨더슨에 들어선 ‘타이핑’은 아시안 마켓 확장의 신호탄이었다. 이어서 11월에는 ‘리엔화’, 그리고 2025년 6월 ‘메돌’까지, 오클랜드 곳곳에 아시안 슈퍼마켓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웨스트 오클랜드 지역은 ‘푸디’, ‘타이핑’, ‘골든애플(Golden Apple)’, ‘SMART’까지 4개의 대형 아시안 슈퍼마켓이 몇 킬로미터 내에 밀집해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뉴질랜드 내 급증하는 아시아계 인구를 반영한 결과이자, 다문화 도시로 진화하는 오클랜드의 일면이다. 


중국계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오클랜드에서 아시안 슈퍼마켓의 폭발적 증가세는 수요를 뛰어넘어 공급 과잉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곧 다양성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들의 ‘풍요로운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안 슈퍼마켓 시장의 급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필수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식료품 소매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중국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각국 출입국 제한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먹거리’만큼은 생존과 직결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에서 20년 넘게 채식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음식에 특화된 ‘E-PACS’를 운영해온 대표는 “80% 이상의 상품이 채식 식품이라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최근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대만 상품군을 확대해 더 넓은 고객층을 겨냥하는 전략을 펼친다. 이는 단순히 ‘한인 마트’의 개념을 넘어 다민족 고객을 아우르는 ‘진정한 아시안 마켓’으로의 진화를 보여준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슈퍼마켓 환경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한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다양한 아시아 각국의 식재료가 풍부하게 구비된 대형마트와 전문점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더불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은 신속한 할인 행사, 포인트 적립, 모바일 결제 등 첨단 유통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누리며 ‘스마트한 소비’를 체득해왔다.


반면 뉴질랜드는 비교적 작은 시장 규모와 인구 특성상 아직까지 슈퍼마켓이 대형화·전문화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최근 오클랜드에 집중된 대형 아시안 슈퍼마켓들은 한국과 비슷한 ‘다양성 확대’와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특히 ‘푸디’가 직접 농장에서 신선 식재료를 공급받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점은, 한국의 ‘로컬푸드’ 열풍과 맞닿아 있다 할 수 있다.


뉴질랜드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전국 슈퍼마켓 및 식료품 소매업 매출액 270억 8,000만 달러는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식품 가격도 4.6%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물가 상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급격한 인구 변화, 특히 아시아계 인구가 소비 시장을 재편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선택권과 합리적인 가격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상업위원회(Commerce Commission)는 오클랜드의 대형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이 71%로 다른 지역 평균 88%보다 낮은 이유로 아시안 슈퍼마켓과 전문 식료품점의 성장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소비자 선택과 가격 경쟁을 촉진해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긍정적 평가다.


그러나 현실은 ‘승자의 저주’처럼, 기존 소매업자들의 매출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골든애플 헨더슨점의 윌리엄 종 대표는 “신규 경쟁점 개장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고 토로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은 늘지만, 한편으로는 중소형 매장의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단순히 경쟁과 시장 점유율 싸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소비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빠른 변화’, ‘다양한 선택’, ‘합리적 가격’을 요구하며 소비문화가 고도로 발달했다. 반면 뉴질랜드는 아직 성장 중인 시장이지만, 다민족 사회가 펼쳐내는 ‘문화적 다양성’과 ‘시장 다변화’는 한국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두 사회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한국은 ‘소비자 권리’와 ‘시장 혁신’을 다시금 돌아보고, 뉴질랜드는 ‘포용과 조화’라는 가치를 더욱 단단히 세울 수 있다.


또한, 대형 아시안 슈퍼마켓이 기존 소매업자와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추 역할을 해낸다면, 소비자들은 더 풍요롭고 감동적인 장보기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오클랜드 아시안 슈퍼마켓의 확대는 단순한 상업적 현상을 넘어 뉴질랜드 사회의 다문화적 성장과 변화를 상징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식문화’가 어떻게 사람들을 이어주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며, 때로는 도전과 갈등을 동반하지만 결국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지 목격한다.


한국과 뉴질랜드, 두 나라가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속에서 발전해 온 소비문화의 차이와 공통점을 이해하며, ‘함께 사는 사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 장보기라는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더욱 따뜻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그 감동의 무게를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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