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면 늘 그랬다. 공기 속에 깃든 습기가 피부에 먼저 닿기 전, 마음 한구석이 먼저 눅눅해졌다. 그건 어쩌면 예고 없이 돌아오는 기억의 습기였는지도 모른다. 긴 비의 시작은, 내겐 늘 어린 시절의 긴 여름방학을 데려왔다.
밖은 늘 축축했다. 흙은 질척였고, 운동화는 무겁게 젖었고, 장독대 옆에 피어난 푸른 이끼는 날마다 제 자리를 넓혀갔다. 그럴 땐 어머니의 다정한 단호함이 나를 책장 앞으로 이끌었다. 분홍빛 인쇄된 ‘소년소녀 세계명작전집’이며, 파란색 등표지를 가진 위인전 시리즈들이 책꽂이에 질서 정연히 꽂혀 있었다.
나는 그 책들 속으로 들어갔다. 놀 수 없는 날의 대체재였지만, 어느새 그것은 대체가 아닌 어떤 새로운 세계의 입구가 되어주었다. 책장에 손을 얹는 순간, 현실의 비 냄새는 잠시 가시고, 먼 나라의 전설과 눈보라, 전쟁과 용기, 사랑과 고통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영웅이 되었다가, 고아가 되었다가, 한때는 제국을 무너뜨리는 불꽃 같은 여인으로도 살았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그 감정들에 얼마나 진지하게 기울고 있었는지. 나 아닌 누군가의 삶을, 감정을, 길을 그리며 나도 내 마음속 깊이를 조금씩 알아갔다. 그것이 나의 첫 감정 훈련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삶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의 감각들.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눈물도 났다. 이유를 모르고 울었던 어린 날의 감정들은 나중에 커서야 이름이 붙여졌다. 연민, 공감, 혹은 자기의 그림자를 마주한 순간.
장마가 오면, 그때가 떠오른다. 내 어린 시절은 참 자주 비에 갇혔다. 하지만 그 갇힘은 어딘가 안전했고, 또 그 안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내가 있었다. 이야기에 감긴, 아직 세상을 모르는 내가 세상과 조용히 닿아가던 시절.
비는 여전히 내리지만, 이제 나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커피 잔을 들고 옛 이야기 하나쯤 꺼내 본다. 어떤 책의 문장이었는지, 어떤 주인공의 표정이었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이상하게 그때의 감정만은 선명하다.
장마의 먹구름 속에는, 그렇게 지나간 과거들이 눅눅한 마음을 타고 되살아난다. 그리고 나는, 그 오래된 이야기들처럼 다시 나를 조금씩 읽어내려간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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