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었다. 건물 안은 어두웠고, 계단은 차가웠다. 사무실이 있는 3층까지 천천히 오르며, 문득 오래전 본 절의 계단이 떠올랐다. 단단한 화강석이 사람들의 발걸음에 닳아 움푹 패여 있었다. 수만, 수천, 아니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 번의 오고 감이 쌓여 만든 곡선. 기도하는 이, 내려앉은 마음을 안고 올라간 이, 침묵으로 다녀간 이들의 시간이 그 안에 남아 있는 듯했다.
나도 20년 가까이 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내 발밑의 이 시멘트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거칠고, 각져 있고, 딱딱하다. 그건 이 공간이 아직 충분히 사람의 시간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에게 큰 무게를 남기지 않기 때문일까.
그때 문득,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 지속되는 만남이 있다.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는 점점 더 서로의 모서리를 알아간다. 닳아간다. 사라지는 게 있다. 기대일 수도, 의심일 수도. 어떤 경우에는 말이 줄고, 침묵이 익숙해진다. 침묵 속에서도 무언가가 흐르고 있다는 걸 서로 느끼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하지만, 그게 언제나 이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한다. 사람의 말투, 눈빛, 혹은 하루의 기분을 짐작하며,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본다고 믿는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보다 훨씬 깊은 데 있다. 쌓인 시간 속에서만 겨우 드러나는 것.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되는 것.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사람도 그 절의 화강석처럼, 오랜 세월 닳고 닳아진 끝에야 비로소 어떤 형태를 갖추는 것은 아닐까.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자리. 더 설명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믿어지는 무언가.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닳은 계단처럼, 말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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