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98)]흘러가는 것들에 대하여

사회부 0 343 2025.04.08 07:41

시간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의 기운이 만연했다. 벽에 걸린 달력 숫자가 하나둘 줄어들고, 종이의 모서리가 살짝 구겨진 채로 바람에 흔들릴 때쯤. 나는 문득,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쉽게 손에서 흘러나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흘러간 하루들이었다. 그 안에는 아무런 격동도, 특별한 기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 평온함이 얼마나 무겁고도 값진 것인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매번 잊고 있었다.

사회조사분석사 1차 필기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때, 그 순간은 지나가던 바람처럼 기뻤지만 오래 머물진 않았다. 곧이어 다가온 2차 실기시험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내 마음을 조금씩 죄어왔다. 마음 한구석에서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시간은 늘 있었고, 나만 준비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벽 시계의 초침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가끔은 너무 무심하게, 가끔은 잔인할 만큼 조용하게 흘렀다. 그리고 나는 그 조용함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시험일이 가까워오자 갑자기 또렷해진 의식은 나를 정신 들게 만들었고, 이제 와서야 매 순간이 소중했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은 결국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잔상뿐이다. 어떤 날은 허투루 넘긴 것이 아프게 기억되고, 또 어떤 날은 조용히 흘렸던 눈물과 함께 묻혀버린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곱십는다. 한 줄기 햇빛이 내리는 방 안에서. 책상 위 정리되지 않은 연습장과 낡은 볼펜이, 이 시간을 조용히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는 안다. 일분 일초의 가치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그 소중함은 오직 그 평온함이 사라질 듯할 때에야 비로소 다가온다는 것도.

나는 다짐한다. 다음 계절이 오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마음을 놓지 않기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 속에서조차,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나아가기로.

그렇게 평범한 하루가 다시 나의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의미있는 반복된 일상을 연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