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별 일 없다는 듯이.
그 나무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꽤 오래 있었다는 건 알겠다. 줄기 밑동은 굵고 갈라졌고, 꽃은 가느다란 가지 끝에서 바람을 모른 체하며 피었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궁금한 건 이 꽃이 몇 번의 정권을 지나왔느냐는 거다.
며칠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본다기보다,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화면에 들러붙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병세를 지켜보는 가족처럼, 그 얼굴에선 지친 눈동자가 흘렀다.
그날 저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늘은 맑았고, 벚꽃은 그대로였다.
나는 어릴 때, 홍역을 심하게 앓았다. 몇 날 며칠을 열에 뒤척이며, 방 안의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눈부셔서 미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열이 가신 날, 나는 마치 다른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다 나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끝났다는 감각은 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 나라도 그런 상태인지 모르겠다. 열이 내린 듯 보이지만, 기운이 돌아오긴 조금 이른.
사람들이 꽃을 보는 건 꽃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일 거다. 권력이 그렇고, 사람의 영광도 그렇다. 한창일 때는 기세가 등등하지만, 누가 그날이 마지막일지 안다던가.
모두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간다.
벚꽃은 그저 피고 진다. 계절은 기어코 바뀐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웃으며 들어온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꽃잎이 진 자리에 앉아 남은 햇살을 쬔다.
이 계절이 지나면, 여름이 올 것이다. 땀이 맺히고, 옷이 젖고, 태양이 길을 지배한다. 가을엔 수확과 정리가 있을 테고, 겨울엔 다시 방 안에서 숨을 죽인 채 커튼 틈을 바라보게 되겠지.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고, 벚꽃이 피고, 누군가는 또 탄핵되고, 누군가는 새로 등장하겠지.
그게 이 나라의 운명인지, 아니면 인간이란 종의 습성인지, 그것까진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조용히 꽃잎 하나가 내 어깨에 떨어진 것을 느낀다. 아주 잠깐의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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