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작가의 모닝글LORY(8)] 그 여름, 나의 돼지

사회부 0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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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셨다.

길을 잃은 고양이에게 “나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집에서 돌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일까.

우리 집을 스쳐간 ‘나비’들로 축구단을 꾸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아빠의 영향 때문인지

나도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쉽게 친해졌고,

언제 어디서든 동네 강아지들은 늘 내 친구가 됐다.


스무 살 무렵.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그 동네엔 나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강아지가 있었다.


이름은 ‘돼지’.

물론 정식 이름은 아니었다.

분홍색 코가 돼지코를 닮아서 그렇게 불렀는데,

어느새 동네 아이들까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시간마다

돼지는 편의점 앞 그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퇴근하는 시간이면

버스 정류장까지 쫓아와 배웅해주곤 했다.


누군가는 ‘주인 있는 강아지’라고도 했지만

돼지는 늘 홀쭉한 배를 안고 나타났고,

내가 주는 소시지나 간식을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간식은

‘옛날 도나쓰’.

작은 빵을 반씩 나눠 먹던 시간은

짧지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돼지는 정말 특별한 강아지였다.

속상한 날엔 말없이 옆에 와 앉아,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줬다.


그러던 어느 날.

딱 지금쯤이었다.

8월의 해가 뜨겁다 못해 따가운 날.


평소처럼 출근하던 길,

돼지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더워서 안 나온 건가?’ 생각하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땀범벅이 된 동네 아이들 몇 명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누나! 돼지 죽었어요! 빨리 와요!”


…그 순간,

숨이 턱 막히고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장난이 아니었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달려간 골목 어귀.

거기엔

분홍색 코, 베이지색 털,

하얀 양말을 신은 듯한 발,

말려 올라간 꼬리를 가진

내 친구 돼지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누워 있었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외지인의 차에 치였단다.

그 길은 돼지가 늘 다니던 길이었고,

그땐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많았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조차 못 했던 시절이었다.


돼지는 그렇게,

8월의 아스팔트 위에서

조용히 떠났다.


나는 돼지 앞에서 하염없이

소리 내어 울었고,

같이 달려온 아이들도

곁에서 함께 울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동네 어른들께서 돼지를 묻어주겠다며 데리고 가셨다.

하지만 나는

돼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제대로 된 작별 인사 한마디 없이

돼지를 보내야만 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가 함께 나눠 먹던 도나쓰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출근길 마중도,

퇴근길 배웅도 사라졌다.

그날처럼 울어보기도 했지만

돼지는 다시 오지 않았다.


우리의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딱 5개월.


하지만 내겐

그 어떤 계절보다 깊고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의 권유로

결국 편의점도 가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다.


몇 해 동안은 8월 9일이 되면

돼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그 골목을 혼자 찾아가곤 했다.

내가 기억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돼지를 기억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혹시 돼지는

주인보다 나를 더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도

나를 기다렸던 건 아닐까—

그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그 동네가 재개발되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나도 이제 마흔 중반이 되었다.


며칠 전,

아이들 간식을 주문하다가

문득, 그 도나쓰가 생각났다.


포장은 바뀌었지만

그 시절 돼지와 함께 나눠 먹었던 도나쓰를

장바구니에 넣고 달력을 보니

어느덧 8월의 문턱.


도나쓰가 배송되어 오면

한 입 베어물며

그 여름,

그 골목,

그 강아지,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조심스레 꺼내어보려 한다.

 

글쓴이: 김선미 작가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일상의 가치를 조명하는 지역 언론인이자 문화 기획자입니다.

경북문화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여해왔으며, 현재는 한국유통신문 문화미디어비즈기획국 본부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김 작가는 새마을테마공원 쎄시봉 운영자로서 음악과 이야기가 흐르는 복합 문화공간을 기획·운영하며 지역 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상모사곡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효자봉 아래 사람들’ 문집 편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 밀착형 문화활동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글쓰기, 모닝글LORY’ 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를 삶의 루틴으로 끌어들인 그녀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기 회복과 공감의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담 제보, 스토리텔링 기획 및 작성:  010-2222-3806

 kkoji83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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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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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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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작가의 모닝글LORY(2025) 글 모음] 

수필: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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