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110)] 장마의 무게

사회부 0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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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비는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고,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자꾸만 덧씌워진다. 공기는 눅눅하고, 마음도 그렇다. 실내의 벽지는 습기에 조금씩 힘을 잃고 처지고, 내 안의 생각들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한동안 잊고 있던 감정들이, 마치 이 계절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올라온다.


이 무기력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딱히 슬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누워 있다가 다시 눕고, 무엇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것 같고, 책을 펴도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지개를 켜는 순간조차, 몸이 아닌 마음이 더 뻣뻣하게 굳어 있는 것을 느낀다.


나는 한숨을 쉬지는 않는다.

그저 조용히 침묵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무기력은 한숨보다 오래, 더 은밀하게 내 안에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무거운 공기와 축축한 바닥, 흐린 창밖의 풍경이 합쳐져 나를 한껏 눌러오는 듯한 기분.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익숙하게 반복되는 이 감정에 나는 매년 조금씩 잠식된다.


햇빛이 부족해서일까.

뇌 속 어딘가에서는 기분을 북돋우는 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세로토닌이 줄어들면 사람은 무기력해진다고.

습도는 피로를 누적시키고, 낮은 기압은 두통을 부른다. 장마철의 기운이 몸을 천천히 무겁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정리일 뿐, 실제의 나는 그저 살아 있지만 살아지지 않는 느낌에 가까운 이 감정을 그저 조용히 견딜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엔 나는 문득 컵 하나를 들어 부엌으로 옮기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라, 무기력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긴 하루의 기록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무기력이라는 것은, 벽이 아니라 안개 같은 것이라는 걸. 단단하게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감싸고 어지럽히는 것.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나는 리스트를 적는다. 오늘 해야 할 일, 오늘 해낸 일.

그것은 결코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내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목록 위에 줄을 긋는 순간, 작은 성취감이 파동처럼 퍼진다. 그것이면 된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장마는 계속된다. 비는 며칠이고 내릴 테고, 공기는 여전히 축축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계절은 지나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 다시 햇빛이 비출 것이라는 것도.


무기력감은 때때로 나를 눌러도, 나는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내가 쓰는 이 문장이 있고, 적어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봄의 생기를 다시 찾고 싶다는 갈망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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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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