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작가의 모닝글LORY(2)] 쎄시봉 음악다방

사회부 0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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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거기서 카페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마침 간판도 ‘쎄시봉 음악다방’이라고 붙어 있던데, 그 컨셉으로 가시죠.”


3월의 마지막 주.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의 손현규 관장님과 함께

이 좋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불쑥 튀어나온 이야기였다.


“6시까지는 역사자료관도, 전시관도 카페가 영업을 하니,

영업이 끝난 6시부터 9시까지 시범 삼아 한 번 해봐도 좋겠어요.

제 주변에 우리 지역 교육협동조합 대표님이 있는데, 같이 하자고 말씀드릴게요.”


“저도 청년 사업가 한 분 소개해 드리죠.

세 분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습니다.”


나는 샤워하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샤워를 해야지 마음먹기까지 한 시간,

정작 샤워는 10분.


‘쎄시봉 음악다방’도 그랬다.

마음먹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래, 일단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순간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쎄시봉 음악다방’이라는 간판 하나 덜렁 붙어 있던 텅 빈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오고, 작은 조명들이 제각각의 밝기로 밤을 밝히기 시작했다.


잔잔한 그 시절 감성의 음악이 흐르고,

조용하기만 하던 테마촌은

저녁 6시가 되면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처음은 어설프고 애처로웠다.

4월의 테마촌은 여전히 산에서 내려오는 칼바람이

그나마 운동이라도 나올 법한 사람들의 발길을 죄다 끊어버렸고,

보조 배터리로 연명하던 조명들은 하루도 못 넘기고 꺼지기 일쑤였다.


변변한 조리도구 하나 없이, 구판장에 있던 라면포트로 물을 끓이니

차 한 잔 나가는 데 시간이 세월아 네월아였고,

매섭게 부는 바람은 정성스럽게 만든 포스터와 가랜드를

매번 바닥에 패대기쳐 놓았다.


결국 매일 밤이면 날아간 포스터 조각들을 찾는

웃지 못할 ‘보물찾기’가 벌어지곤 했다.


어느 날은 수제 오란다 3개를 팔아 번 돈 3천 원이 수익의 전부였고,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후다닥 카페를 접기도 했지만,

꾸준함은 결국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매일 저녁 6시, 테마촌을 밝히는 조명과

옛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은

하나둘씩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명도 더 밝고 튼튼한 것으로 바꾸고,

테마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테이블과 의자도 정리해 모았다.

전기포트와 정수기도 들였다.


지역의 시·도의원과 언론, 지역 가수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었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제법 생겨났다.


그중 제일 좋았던 건,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이


“밤엔 좀 무서웠는데, 환하고 사람들 웃음소리랑 노래가 있으니 너무 좋아요.”

“우리 세대 노래인데 옛 생각이 나네요.”


하며 한참을 음악을 듣고 가는 모습이었다.


원래 있던 공간에

음악과 조명만 더했을 뿐인데,

누구나 쉬어 가고 편히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했던 바람이

조금은 닿은 걸까.


5월엔 인근 음악학원의 어린이 합창단이 와서

예쁜 노래를 들려주었다.

조잘조잘 참새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테마촌의 자연과 어우러지니,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아이들의 공연은 아쉬울 만큼 짧고 감동적이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그날 밤, 쎄시봉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가 가득한 작은 연주홀이 되었다.


아이들의 공연을 시작으로 통기타 버스킹, 시 낭송 등

5월의 쎄시봉은 지역 밀착형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사실 이름만 거창했지,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 나눔의 공간이란 말이 더 어울릴 법하다.


이제 쎄시봉 음악다방은 시범 운영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야간 카페 특성상 비가 오거나 너무 더워지면 문을 열기 어려우니,

장마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될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6월의 쎄시봉은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다.


금계국과 장미가 반겨주는 길을 따라 올라오면,

오르막길에 지친 나를 반겨주는 예쁜 공간.

쎄시봉이 잔잔한 음악으로 땀을 식혀준다.


매실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산바람을 맞으며 시간에 기대고 있노라면,

오직 쎄시봉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리는 시간.

하늘은 온통 파랗게 물들고,

그 거대한 하늘은 마치 넓은 바다 한가운데,

혹은 우주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날은 꿈인가 싶을 만큼 신비한 풍경.

작은 초승달이,

혹은 커다랗고 환한 보름달이

쎄시봉 위로 천천히 떠오른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고,

공간이 주는 선물을 오롯이 누리게 된다.


그 안에서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웃음소리, 노래소리.


약 석 달 동안 쎄시봉 음악다방을 운영하며

계절은 어느덧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범 운영이 종료되면

아마 매일 저녁 공허한 마음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불 꺼진, 노래 없는 공간을

슬그머니 들러보게 될 것만 같다.


늘 마음속에 담고 사는 문구가 있다.


“행복한 순간은 그때는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다.”


나는 지금이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끔,

최선을 다해 즐길 것이다.


오늘 저녁, 파란 하늘 아래

옛 감성에 젖어드는 쎄시봉에서,

우리, 만날까요?

 

글쓴이: 김선미 작가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일상의 가치를 조명하는 지역 언론인이자 문화 기획자입니다.

경북문화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여해왔으며, 현재는 한국유통신문 문화미디어비즈기획국 본부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김 작가는 새마을테마공원 쎄시봉 운영자로서 음악과 이야기가 흐르는 복합 문화공간을 기획·운영하며 지역 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상모사곡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효자봉 아래 사람들’ 문집 편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 밀착형 문화활동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글쓰기, 모닝글LORY’ 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를 삶의 루틴으로 끌어들인 그녀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기 회복과 공감의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담 제보, 스토리텔링 기획 및 작성:  010-2222-3806

 kkoji83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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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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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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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작가의 모닝글LORY(2025) 글 모음] 

수필: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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