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가치평가의 실전…시뮬레이션으로 파헤치는 가격의 진실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이제부터는 실제 저울에 눈금을 새기는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데이터의 가치를 객관적인 ‘점수’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김진철 강사는 구체적인 평가 지표들을 화면에 띄웠다.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 데이터의 가격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평가 모델’의 내부를 공개한 것이다. 그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가이드를 기반으로 한 ‘12가지 가치평가 요소’를 소개하며, 이것이 데이터 가치를 측정하는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의 가치를 해부하는 ‘4대 영역 12가지 요소’
이 모델은 데이터의 가치를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그 아래 12가지 세부 평가 요소를 두어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콘텐츠 적합성 (데이터의 내용):
다양성: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가? (컬럼 수, 범주 수)
연계성: 다른 데이터와 얼마나 잘 결합되는가? (표준 연계 키 보유 여부)
명확성: 데이터의 구조와 내용이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는가? (데이터 명세)
적시성: 얼마나 최신 정보를 담고 있는가? (최신성)
공급 신뢰성 (데이터의 안정성):
품질: 데이터에 오류나 결측이 없는가? (물리적 품질)
충분성: 분석에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인가? (데이터 건수)
지속성: 데이터가 꾸준히 공급될 수 있는가? (공급 지속성)
신뢰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믿을 수 있는가? (공급자 신뢰도)
기술적 효용성 (데이터의 사용 편의성):
수용 방식: API, 파일 등 사용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되는가?
개방성: 표준화된, 기계가 읽기 좋은 형태로 되어 있는가? (CSV, JSON 등)
경제성 (데이터의 시장 가치):
제약성: 사용에 법적, 기술적 제약이 적은가? (라이선스 등)
대체 가능성: 다른 데이터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희소한 데이터인가?
“각 항목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여기에 가중치를 곱해 최종 가치 점수를 산출합니다. 이 가중치는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데이터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거래사의 노하우입니다.” 한 수강생이 “영수증 데이터는 정확성이 중요하고, 트렌드 데이터는 최신성이 더 중요하지 않나?”라고 질문하자, 김 강사는 “바로 그 지점이다. 데이터의 특성에 맞게 가중치를 조절해 평가 모델을 커스터마이징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치의 시각화, ‘방사형 차트’로 비교하고 설득하라
이렇게 산출된 점수는 어떻게 활용될까? 김 강사는 ‘방사형 차트’를 보여주며 그 해답을 제시했다.
“내 데이터의 점수를 혼자 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상대평가’가 핵심입니다.”
방사형 차트는 각 평가 항목의 점수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시장 평균 데이터나 경쟁사 데이터의 점수를 함께 겹쳐 그리면, 내 데이터의 강점과 약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 강사는 A 데이터와 B 데이터의 방사형 차트를 비교하며 설명했다. "A 데이터는 ‘연계성’에서 월등하지만, B는 ‘다양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합니다. 단순히 총점이 높다고 A가 무조건 좋은 데이터일까요? 여러 데이터를 융합 분석해야 하는 고객은 비싸도 A를 사겠지만, 단독으로 통계 분석만 할 고객은 합리적인 B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방사형 차트는 ① 내부적으로 데이터 품질 개선 방향을 설정하고, ② 외부적으로는 고객에게 우리 데이터의 강점을 어필하고 가격을 설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최적의 가치를 찾아라"
강의의 클라이맥스는 ‘시뮬레이션’이었다. 김 강사는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기대하는 가격이 있다. 평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가중치를 조정해서라도 그 가격에 근접시키려 한다”며 솔직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실제로 진행했던 ‘자동차 부품 상태 데이터’ 가치평가 사례를 보여주었다. 수백 개의 컬럼을 가진 복잡한 데이터였지만, 평가 모델을 통해 100점 만점에 60점대의 가치 점수를 도출했다.
“만약 의뢰인이 이 점수에 불만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점수가 낮게 나온 항목의 가중치를 낮추고, 강점인 항목의 가중치를 높여 다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협상’의 과정입니다.”
이날 3시간에 걸친 열띤 강의는 데이터 가치평가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시장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심리까지 이해해야 하는 종합 예술임을 일깨워주었다. 정형화된 정답은 없지만, 객관적인 지표와 합리적인 논리로 무장하고 때로는 과감한 전략으로 최적의 가격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 데이터 산업의 핵심 인재, 데이터거래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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