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하늘길이 품은 도전과 화합, 그리고 평화의 항로

사회부 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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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역사는 때로 현재를 비추는 가장 선명한 거울이 된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1953년 런던을 출발해 약 1만 9,756km를 비행한 대규모 국제 항공 경주인 ‘라스트 그레이트 에어 레이스(The Last Great Air Race)’가 눈길을 끈다. 1953년 10월 8일 런던 히드로공항(Heathrow Airport)을 출발한 항공기들은 세계 반대편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헤어우드 공항(Harewood Airport)을 향해 날아갔다. 이 경주는 속도 부문과 수송기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여러 나라의 항공기들이 장거리 비행에 도전했다.


당시 뉴질랜드에서는 왕립뉴질랜드공군(RNZAF) 제41비행대의 핸들리 페이지 헤이스팅스(Handley Page Hastings)가 유일하게 참가했다. 그러나 헤이스팅스는 비행 도중 엔진 고장으로 실론(Ceylon, 현재 스리랑카)에서 경주를 중단해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완주하지는 못했다. 속도 부문에서는 영국 공군(RAF)의 잉글리시 일렉트릭 캔버라(English Electric Canberra)가 우승했으며, 런던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약 23시간 51분 만에 도착했다.


이 역사적 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의 길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분단의 장벽과 오랜 갈등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은 결코 짧거나 쉬운 여정이 아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난관을 만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으로 인해 속도를 늦춰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향한 비행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민주평통 뉴질랜드협의회가 뉴질랜드 동포사회와 함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활동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뉴질랜드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소통과 참여는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 동포사회가 평화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다.


1953년 항공기들이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출발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듯이, 평화를 향한 길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의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평화는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며 공감대를 넓혀갈 때 더욱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 동포사회는 한반도와 뉴질랜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뉴질랜드 사회에 알리고, 동시에 뉴질랜드에서 경험하는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한반도의 평화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소통과 공공외교는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노력에서 출발한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하늘을 가로질렀던 1953년의 비행은 이제 역사 속 한 장면이 되었다. 그러나 그 비행이 보여준 도전과 연결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 역시 한 번의 비행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긴 여정이다.


오늘날 뉴질랜드의 동포사회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생각하고 이를 위해 소통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평통 뉴질랜드협의회와 동포사회가 이러한 공감과 소통의 공간을 더욱 넓혀간다면, 크라이스트처치의 하늘길은 과거의 항공 역사를 넘어 오늘의 평화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상징이 될 수 있다.


하늘에는 국경이 없듯 평화를 향한 마음에도 국경이 없어야 한다. 1953년 런던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어졌던 긴 비행이 인간의 도전정신을 보여주었다면, 오늘 우리가 그려가는 평화의 항로는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넘어 함께 나아가는 길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했더라도 하나의 평화로운 목적지를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그려가야 할 평화의 항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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