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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중심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역사와 문화, 스포츠 정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야기는 한 도시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성장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크라이스트처치는 19세기 중반 영국 이민자들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성공회 전통과 교육,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1856년 뉴질랜드 최초로 공식적인 ‘시(city)’ 지위를 얻은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연결된다. 도시 곳곳에는 초기 정착민들의 흔적과 문화유산이 남아 있으며, 시민들은 이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럭비다. 뉴질랜드 럭비의 중심지 중 하나인 이곳에서 럭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문화적 힘으로 작용한다. 캔터베리 럭비팀과 지역 선수들의 활약은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심어준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의 도시 발전 과정과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준다.
한국 역시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다. 서울의 궁궐, 경주의 신라 유적, 전주의 한옥마을 등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빠른 산업화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부 지역은 과거의 흔적보다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시하면서 역사적 공간이 사라지는 아쉬움도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가 보여주는 중요한 점은 ‘발전’과 ‘보존’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된 건축물과 역사적 장소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도시 기능을 만들어가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공동체 문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럭비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응원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도 최근 지역 축제, 생활체육, 시민 참여형 문화 활동이 확대되고 있지만, 더 많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진이라는 큰 시련을 겪은 크라이스트처치는 도시 재건 과정에서도 과거를 버리지 않았다. 무너진 공간 위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면서도 도시의 역사와 시민들의 기억을 함께 담아내려 했다. 이는 자연재해와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도시 재생을 고민하는 한국의 여러 지역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준다.
도시는 단순히 건물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문화,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 함께 쌓여 만들어지는 공동체다.
크라이스트처치가 보여주는 것은 화려한 개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는 힘’이다. 한국의 도시들도 이제 성장의 속도뿐 아니라 역사와 사람 중심의 도시 가치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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