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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의 대형마트 냉장 진열대 앞에 서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의 김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인마트에 들어서면 냉장 코너를 채운 김치 대부분은 한국산이다. 익숙한 브랜드와 포장은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동포들에게 반가운 존재다. 그러나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면 풍경이 달라진다. 한국산 김치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생산된 김치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어떤 매장을 찾느냐에 따라 김치의 원산지가 달라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뉴질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캐나다 동부 식품시장을 둘러본 재외 기업인들의 취재기를 접하면서, 같은 흐름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몬트리올과 토론토의 대형마트에서도 한국산보다 현지에서 생산한 김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한국의 김치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호주를 비롯한 10여 개국 이상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거나 협력 생산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해외 김치 시장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맛의 현지화'가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현지 생산은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더 많은 소비자가 김치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 속으로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한식 세계화의 의미 있는 성과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에서도 한국 음식점뿐 아니라 일반 식당에서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생산한 김치를 수출하면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을 재배하는 국내 농가와 식품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현지 생산이 늘어날수록 그 경제적 효과는 현지로 이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관련 기관의 지원이 해외 생산 기반 확대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스위스가 치즈를, 스페인이 와인을 자국에서 생산해 세계시장으로 수출하며 원산지의 가치를 지켜온 것처럼, 김치 역시 종주국의 정체성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어느 한쪽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지 생산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며, 동시에 그 성장의 결실이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세계화와 산업 경쟁력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해외 생산 확대와 함께 한국산 김치의 프리미엄 가치 제고, 원산지 브랜드 강화, 국내 농가와 연계한 상생 전략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재외동포의 눈에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식문화이며, 고향의 기억이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그래서 현지에서 김치가 사랑받는 모습을 볼 때면 자부심을 느낀다. 동시에 그 성장의 결실이 한국의 농업과 식품산업에도 함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커진다.
세계인의 식탁에 김치가 오르는 일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그 세계화의 끝에서 한국의 농업과 식품산업도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김치의 세계화는 비로소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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