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래가 잇는 평화의 다리. 문화가 먼저 다가갈 때, 한반도 평화도 한 걸음 가까워진다

사회부 0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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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라시아지역회의 3일차. 필자는 뉴질랜드협의회 소속 자문위원으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핵심 주제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글로벌 연대와 해외 자문위원의 역할'이었다.


여러 발표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지역협의회의 한 자문위원이 제안한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공감 프로젝트였다. 발표 화면에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문화예술축제 계획이 소개됐다. 한일 양국의 재외동포와 현지 시민 1,000여 명이 함께 참여해 음악과 공연, 문화예술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정치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었다. 노래와 공연, 문화라는 가장 따뜻한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는 뉴질랜드의 풍경이 떠올랐다. 뉴질랜드의 한인사회는 매년 설날 행사와 추석 한마당, 한글학교 발표회, K-컬처 축제 등을 개최한다. 그 자리에는 한인뿐 아니라 현지인과 다양한 민족이 함께한다. 아이들은 한국 노래를 부르고, 청년들은 K-POP 공연을 선보이며, 현지인들은 한식을 맛보고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정치적 구호도 없고 거창한 외교적 담론도 없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다문화 국가인 뉴질랜드에서 문화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 가운데 하나다. 한 번의 공연과 한 끼의 음식, 한글 한 글자를 배우는 경험이 서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정책이나 협정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신뢰가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모습을 필자는 여러 차례 지켜보았다.


이러한 경험은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할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동안 남북 관계는 안보와 외교, 군사와 제재라는 틀 속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분단이 70여 년을 넘어서면서 남과 북의 젊은 세대는 서로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심리적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화예술은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이해하게 만들고, 경쟁보다 공감을 이끌어낸다. 함께 노래를 듣고 공연을 감상하며 문화를 나누는 과정은 상대를 적이 아닌 이웃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통일을 정치인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준비하는 미래의 이야기로 바꾸는 것도 결국 문화가 가진 힘이다.


해외동포 사회는 이러한 문화적 연대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K-POP 공연, 한국문화축제, 한글학교 행사, 전통문화 체험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공공외교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신뢰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이 만들어 갈 새로운 평화외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물론 문화만으로 한반도의 현실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작은 한인 문화행사가 세대와 문화를 연결하듯,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작은 문화적 만남들이 쌓인다면 언젠가는 평화를 위한 더 큰 대화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통일은 제도를 하나로 만드는 일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일이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여는 데에는 때로 긴 협상문보다 함께 부르는 노래 한 곡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통일을 정치와 외교의 언어로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문화와 예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연대의 언어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해외동포 사회가 그 다리를 놓는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조금 더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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