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은 새로운 속도를 어떻게 길들이는가

사회부 0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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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1901년 5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링컨로드(Lincoln Road)

에서 뉴질랜드 역사상 최초의 과속 단속이 이루어졌다. 당시 캔터베리 지역에 자동차가 고작 일곱 대 있던 시절이었다. 자동차 자체가 진기한 구경거리였던 그 시대에, 한 운전자가 시속 6.5킬로미터라는 제한 속도를 넘겼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그의 차량이 말이 끄는 마차를 놀라게 했고, 말이 날뛰어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것이 기소의 배경이었다. 법원은 운전자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을 부과했다. 오늘날 가치로 약 20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 자동차는 지금도 한 자동차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이 짧은 역사 기록 하나가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등장했을 때 법과 제도가 어떻게 반응했는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불과 일곱 대밖에 없던 시절에도 크라이스트처치에는 이미 속도 제한 규정이 있었고, 법원은 그것을 적용했다. 기술의 확산 속도와 무관하게, 공공 안전을 지키려는 제도적 의지가 먼저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 개화기였다. 당시 자동차는 왕실과 극소수 권력자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교통 법규의 정비는 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뒤따라왔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1970~80년대에는 자동차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시기도 있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한때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던 것도 그 시대의 그늘이었다. 이후 꾸준한 법 정비와 단속 강화, 교통 안전 문화 운동을 통해 한국의 교통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제도가 기술과 사회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기보다 뒤따르는 경향은 오늘날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동킥보드와 자율주행차, 드론 배송과 AI 의사결정 시스템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뉴질랜드와 한국 모두 이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규제와 제도 정비가 기술의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늘어나고 나서야 법규가 강화되고, 자율주행 시험 운행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책임 소재 논의가 시작되는 식이다.


1901년 크라이스트처치의 판사는 자동차가 일곱 대밖에 없던 시절에도 말했다. 공공 도로에서의 안전은 기술의 새로움을 이유로 양보될 수 없다고. 그 오래된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편의와 가능성을 환영하되, 그것이 공동체의 안전과 공존하는 규칙을 먼저 갖추는 것이 문명 사회의 순서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 속도를 다스리는 법을 아는 것이 더 오래된 지혜임을, 120년 전의 그 작은 법정 기록이 조용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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