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래언덕이 지키는 것, 뉴질랜드와 한국의 해안선 보전 이야기

사회부 0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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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해안선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북쪽 해변 노스뉴브라이턴(North New Brighton). 이곳의 모래언덕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시의회 의뢰로 작성된 최근 보고서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이 지역의 사구(砂丘) 복원 작업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노스뉴브라이턴 서프클럽 외벽 앞에 식생 사구를 조성해 에너지를 흡수하고, 더 큰 비용이 드는 구조물 설치를 늦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지역은 대형 폭풍이나 연속 폭풍이 발생할 경우 해수가 사구를 넘거나 뚫고 들어올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섬너(Sumner)와 테일러스 미스테이크(Taylors Mistake) 해변은 사구의 폭이 좁고 지형이 낮아 더욱 취약하다. 보고서는 2080년까지 해수면이 0.6미터 상승할 경우, 폭풍 피해에 노출되는 해안선 구간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해수면이 1.2미터 오르면 섬너와 테일러스 미스테이크 해변 대부분이 침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자연의 방패인 사구가 제 기능을 잃기 시작하면, 그 배후의 주거지와 생태계는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된다. 55년간 이 지역에서 살아온 한 주민은 "이 위험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서프클럽 건물 자체도 해수면 상승을 예상해 12.3미터 높이로 설계됐고, 외벽에 대형 콘크리트 방파제가 설치돼 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구조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구라는 자연적 완충재를 되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임을 강조한다.


한국의 해안선 역시 같은 도전 앞에 서 있다. 동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사구는 한때 광활했으나, 수십 년에 걸친 개발과 도로 건설, 방파제 확장으로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강릉 경포 해변, 태안 해안국립공원 일대의 사구는 지속적인 침식으로 면적이 줄어들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의 강도가 세지면서 피해가 잦아지고 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사구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관광지 개발 수요와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보전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두 나라의 접근 방식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뉴질랜드는 시의회 차원에서 보고서를 발주하고, 그 결과를 지역 주민과 공유하면서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절차를 밟는다. 주민 참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해안 관리의 출발점이다. 반면 한국은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사업 방식에 익숙하다. 성과는 빠르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세밀한 관리보다 가시적 구조물 건설에 치중하는 경향이 지적되기도 한다.


사구는 단순한 모래 더미가 아니다. 폭풍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지하수를 보충하며, 고유한 생태계를 품고, 해안선을 제자리에 붙잡아 두는 살아있는 방어막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다의 힘을 막아낼 수 있다면, 사구는 그 힘을 품어낸다. 두 방식은 대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세계 곳곳의 해안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자연의 완충 능력을 일찍이 지키지 못한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해수면은 지금도 오르고 있다. 모래언덕을 살릴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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