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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의 한 중등학교 교육과정 안내문을 들여다보면, 이 나라가 교육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학생들은 중등 과정을 거치며 NCEA 레벨 1, 2, 3을 단계적으로 이수하고, 13학년을 마친 졸업생은 뉴질랜드 국내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졸업 후 지역 폴리테크닉에서 직업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교가 직접 협력 관계를 맺고, 재학 중부터 졸업 이후의 삶을 함께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문과 직업, 두 갈래의 길을 동등하게 열어두는 구조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중간 단계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인터미디어트 과정과 주니어스쿨, 즉 7학년과 8학년 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미리 준비된 경로 안에서 성장한다. 급격한 전환이 아니라 단계적인 연결, 그것이 이 나라 교육 설계의 기본 철학처럼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ESOL, 즉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수업은 방과 후 별도로 운영되는 보충 프로그램이 아니다. 정규 주간 시간표 안에 편성되어,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언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입학과 동시에 개별 수준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지도를 제공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ESOL 교사진이 이를 담당하며, 언어 지원을 받는 학생들도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핵심 교과를 함께 수강하고 NCEA 시험을 치른다. 분리가 아닌 통합, 배제가 아닌 동행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한국 역시 다문화 가정 학생 수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한국어 교육 지원과 다문화 학급 운영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언어 지원이 정규 수업과 분리된 채 운영되거나, 이주 배경 학생들이 주류 학교생활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그 제도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 앞에서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다. 어떤 학생도 출발선에서 뒤처지게 두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같은 교실 안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의 실천이다. 뉴질랜드의 교실이 보여주는 풍경은, 그 약속과 믿음이 어떻게 구체적인 제도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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