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계를 넘어선 생명의 균형: 뉴질랜드와 한반도

사회부 0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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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태평양 남서부에 고립된 섬나라 뉴질랜드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자리한 한반도. 두 나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외래종'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수백만 년간 고립되어 진화하며 독특한 생물 다양성을 형성한 뉴질랜드처럼, 한국 역시 뚜렷한 사계절과 다채로운 지형 덕분에 풍성한 생태계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인류의 이동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유입된 원치 않는 외래종들은 이제 두 나라 모두에게 심각한 생태계 교란과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는 공통의 숙제가 되었다.

뉴질랜드의 외래종 문제는 특히나 절박하다. 날지 못하는 새와 독특한 양서류, 파충류들이 포식자 없는 환경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인간이 들여온 쥐, 주머니쥐, 족제비, 멧돼지 같은 포유류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위협은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를 넘어 뉴질랜드인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그들의 상징이자 자부심인 키위 새가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 연구진이 외래종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태도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연구는 외래종 통제가 단순히 과학적 지식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복합적인 가치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뉴질랜드처럼 극적인 고유종 멸종 사례는 드물다. 한반도의 생물들은 대륙과 연결된 환경에서 다양한 포식자와 경쟁하며 진화해 왔기에 외래종에 그리 무방비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블루길, 배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같은 외래종들은 토종 생물의 서식지를 맹렬히 잠식하며 먹이사슬을 뒤흔들고 있다. 한때 애완동물로 사랑받다가 무책임하게 버려진 붉은귀거북 등의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강과 호수, 산과 들은 이미 외래종의 침입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는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 유산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처럼 문제를 겪고 있는 두 나라는 대응 방식에서도 흥미로운 차이를 보인다. 뉴질랜드는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2050년까지 포식자 박멸'이라는 야심 찬 국가 목표를 세우는 한편,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도 활발하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돼지나 히말라야 타르처럼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외래종을 다룰 때, 마오리족 공동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선을 섬세하게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뉴질랜드 연구팀은 사회가 다문화화되면서 이민자와 젊은 세대가 외래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외래종 통제의 성공이 생물학적 처방을 넘어 대중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공존과 관리'의 측면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응은 이와 조금 다르게 '퇴치와 제거'에 방점이 찍힌다. 대규모 국가 캠페인보다는 지역 환경청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배스 낚시 대회나 뉴트리아 포획 사업 같은 실무적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외래종은 일상 속에 스며든 위협에 가깝다. 가시박이나 환삼덩굴 같은 외래 식물은 논밭과 길가에 너무 흔하게 퍼져 있어 도리어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가장 큰 차이는 문화적 가치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다. 뉴질랜드가 일부 외래종의 복합적인 가치를 인정하며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는 반면, 한국은 외래종을 단호한 유해 생물이자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두 나라가 처한 생태적, 문화적 배경의 다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두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생태계 보전이라는 인류 공통의 과제 앞에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철저한 예방이 최선이다. 이미 정착한 외래종을 통제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이 든다. 국경 단계에서의 엄격한 검역 시스템 구축은 물론, 온라인 해외 직구 등 새로운 생물 유입 경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행위가 얼마나 큰 환경적 재앙을 초래하는지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둘째, 국민적 공감대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외래종 문제는 전문가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을 통해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배우고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외래종 퇴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생태계의 복잡성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자연은 얽히고설킨 촘촘한 그물망이기에, 과거 쥐를 잡기 위해 들여온 고양이가 오히려 고유종 조류의 멸종을 앞당겼던 역사적 과오를 기억해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지속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생태계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때로는 유연한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이미 손쓸 수 없이 퍼져버린 외래종은 완벽한 박멸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경우 무조건적인 제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토종 생물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관리가 필요하다. 모든 외래종을 이분법적인 악으로 규정하기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유연한 대응이 원활한 생태계 유지에 유리하다.


이러한 교훈들은 비단 외래종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후 변화나 환경 오염 등 인류가 직면한 모든 환경 문제로 확장된다. 뉴질랜드의 고유종 보호 노력과 한국의 외래종 퇴치 활동은 방식과 속도가 다를지언정,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영적인 힘을 뜻하는 '마나'가 그들의 땅과 자연에서 비롯되듯, 한국인의 얼과 정신 또한 푸른 산과 맑은 강에서 흘러나온다. 이 소중한 유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이제 두 나라는 경계를 넘어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터전이기에,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외래종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 한다. 우리의 고민과 실천이 이어지는 한, 뉴질랜드의 피오르 숲도 한반도의 푸른 강산도 본연의 생명력을 건강하게 회복할 것이며, 자연과 인간이 진정으로 상생하는 감동적인 미래는 바로 오늘 우리의 책임감 있는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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