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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Queenstown)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피오르드를 배경으로 한 호수, 사계절 이어지는 액티비티, 고급 레스토랑과 와이너리. 전 세계 여행자들이 버킷리스트에 올려두는 그 도시가 지금 조용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밤이 되면 불이 꺼지는 집이 늘어나고, 정작 그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차 안에서 잠을 청한다. 퀸스타운 주민들은 이 현상을 '좀비 타운'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퀸스타운의 평균 주택 가격은 뉴질랜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한다. 3베드룸 주택 임대료는 주당 약 1000달러. 간호사도, 교사도, 경찰도 이 금액을 감당하지 못한다. 관광객에게 커피를 내리고, 호텔 침대를 정리하고, 스키 리조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정작 그 도시에서 살 수 없는 구조다. 일부는 낮 근무자와 야간 근무자가 같은 침대를 번갈아 사용하는 '핫베딩'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관광지의 뒷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최근 인구조사에서 퀸스타운 지역 주택의 약 30%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과 해외 구매자들이 휴가용으로 사들인 집들이 1년에 몇 주만 사용된 채 나머지 시간을 텅 빈 상태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는 성장하고 집값은 오르지만, 실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역설. 퀸스타운 시장 존 글로버조차 "생명력 없는 좀비 하우스들로 가득한 지역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관광도시가 살아남으려면 관광객만이 아니라 교사와 의료진과 그 가족들이 함께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 풍경이 낯설지 않다. 제주도가 그 가장 선명한 사례다. 2010년대 중국 자본과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제주의 집값과 임대료는 급격히 올랐다. 섬을 지키던 원주민들과 농어민들,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밀려났다. 카페와 펜션과 리조트가 들어선 자리에는 정작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들이 늘었다. 제주 이주 열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실제 지역 공동체는 조용히 해체되고 있었다. 퀸스타운과 다른 언어로,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 것이다.
강원도 속초와 양양도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서핑 열풍과 함께 외지 자본이 유입되고 숙박업소와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래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난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사람이 넘치지만, 비수기의 골목은 텅 비어 있다. 지역 학교는 학생 수가 줄고, 의원과 약국은 문을 닫는다. 도시가 관광 소비를 위한 무대로만 기능할 때, 공동체는 서서히 껍데기만 남는다.
이 문제의 본질은 부동산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공동체의 실패다. 집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자산으로만 인식될 때, 그 도시는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항목이 되고 실제 거주민은 잉여 존재가 된다. 퀸스타운이든 제주든, 이 구조는 동일하다. 관광지라는 특성이 이 과정을 더욱 빠르게, 더욱 극단적으로 진행시킬 뿐이다.
해법을 둘러싼 논쟁도 두 나라에서 닮은 꼴로 전개된다. 단기 숙박 규제, 빈집세 도입, 공공주택 확대 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관광산업과 부동산 개발 이해관계가 강하게 맞서면서 정책은 늘 한 발 늦는다. 규제를 강화하면 투자가 위축된다는 논리와, 규제하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는 현실 사이에서 행정은 표류한다. 그 사이 실제 주민들의 삶은 계속 좁아진다.
퀸스타운은 오랫동안 뉴질랜드의 꿈의 도시였다. 한국에서도 제주와 양양은 한때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의 목적지였다. 그러나 꿈의 도시가 유지되려면, 그 도시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늙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불이 켜진 집이 남아 있어야 한다. 밤의 퀸스타운이 어둡다는 것은 단순한 풍경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의 관광도시들도, 그 신호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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