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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 트랙 위, 한 젊은 선수가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Rosa Twyford(로사 트와이포드). 그녀는 최근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전국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뉴질랜드와 한국 스포츠가 지닌 서로 다른 철학이 조용히 대비되고 있다.
그녀의 말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매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는 말이다. 이 한 문장은 뉴질랜드 스포츠가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타인을 이기기 이전에 스스로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기록은 곧 성장의 증거이며, 경쟁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접근은 선수에게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실패조차도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반면 한국의 스포츠 환경은 오랜 시간 동안 결과 중심의 구조 속에서 발전해 왔다. 순위와 메달, 그리고 선발 여부가 선수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선수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이나 심리적 안정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낸다. 실패는 과정이 아니라 탈락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선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경기 운영 방식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로사 트와이포드(Rosa Twyford)는 1500미터 경기에서는 뒤에서 흐름을 읽다가 마지막에 승부를 거는 전략을 선택하고, 800미터에서는 과감하게 선두를 이끌어간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선수 개인의 특성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코치 역시 이를 중심으로 전략을 함께 만들어간다. 선수는 하나의 ‘정답’에 맞춰지는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되어 가는 존재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효율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훈련 방식이 많이 적용된다. 이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는 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훈련하고 같은 전략을 따를 때, 개별 선수의 강점은 희미해지기 쉽다.
환경적인 차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는 인구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기반 스포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꾸준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수준의 선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변이 확대되고, 이는 다시 상위 선수층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스포츠는 특정 엘리트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인프라와 인구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리트 중심 구조가 강하게 남아 있다. 학교 운동부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은 빠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효과적이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한 선수 육성이나 평생 스포츠로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스포츠가 일부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성장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선수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여유다. 로사 트와이포드(Rosa Twyford)는 이미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기에 결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상태에 있다. 이 여유는 개인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준 안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과정이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선수는 비로소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한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뉴질랜드의 트랙 위에서는 개인의 성장과 지속 가능한 경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고, 한국의 트랙 위에서는 여전히 성과와 속도가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변화의 필요성만큼은 분명히 느껴진다.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가. 푸른 트랙 위를 달리는 한 선수의 발걸음은 그 질문에 대한 조용한 답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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