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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그 어느 누가 타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걸었던가.
그 어느 누가 나라를 빼앗긴 이들의 절망을 자기의 아픔처럼 끌어안았던가.
그 답은 한 사람의 이름 속에 있다.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그는 미국인이었지만, 마음은 분명 조선인이었다.
1928년, 워싱턴의 찬 공기 속에서 헐버트는 한 달 동안 한국의 독립을 위해 뛰었다.
그는 외교관도, 정치가도 아니었다. 단지 ‘정의’를 믿은 한 인간이었다.
그에게 조선은 단순한 선교지나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의 혼을 이해했고, 그 혼이 자유롭게 숨 쉬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의 신념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1929년 3월 1일, 뉴욕한인교회에서 열린 3·1운동 10주년 기념행사.
그곳에서 그는 서재필과 함께 연단에 섰다.
“한국의 독립은 정의의 문제이며, 인류의 양심을 시험하는 일입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연설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한국을 자신의 신념의 일부로 삼고 있었고, 그 신념은 조국을 잃은 이들의 절규와 맞닿아 있었다.
그 무렵 헐버트는 글로 한국을 세상에 전했다.
그는 한국 설화를 번안한 동화책을 쓰고,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했다.
그의 문장에는 과장도, 미화도 없었다. 대신 “이 나라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스며 있었다.
그가 본 조선은 가난했지만, 품격을 잃지 않은 나라였다.
그는 그 품격을 글로 옮겼고, 세상은 그 글을 통해 비로소 한국을 알게 되었다.
1930년, 그는 『한국은 독립되어야 한다(Korea Must Be Free)』라는 소책자를 썼다.
불과 32쪽짜리 글. 그러나 그 속에는 거대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한국의 자유는 일본의 안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는 독립을 ‘대립’으로 보지 않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대에, 그는 “자유란 인류 전체의 평화를 위한 조건”임을 꿰뚫고 있었다.
그의 펜끝은 총보다 강했고, 그 문장은 역사를 설득했다.
그는 시를 쓰고, 자서전을 세 번이나 남겼으며, 글로써 역사를 기록했다.
그의 연필 끝에는 언제나 한국이 있었다.
그가 한국을 기억했듯, 한국도 그를 잊지 않았다.
1934년, 그는 이승만이 뉴욕에서 발행하던 영문 월간지『뉴 오리엔터(New Orient)』의 주요 필진으로 참여했다.
그 곁에는 젊은 지식인 장덕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펜으로 조국의 미래를 그렸다.
그들의 글은 조용했지만, 그 속에는 조국의 운명을 바꾸려는 열정이 불타고 있었다.
1942년, 그는『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edia Britannica)』에 한국 역사를 기고했다.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국을 ‘작은 나라’가 아닌, ‘자주적이고 존엄한 민족’으로 소개했다. 한 외국인이 타국의 역사를 이렇게까지 품은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류애로 쓴 연대의 증언이었다.
그해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워싱턴의 라파예트 호텔에서는 3·1운동 23주년 한인자유대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헐버트의 몸은 없었지만, 그의 정신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미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가슴 속에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했다.
“나는 한국이 다시 일어날 것을 믿는다. 그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말은 예언이었다.
1945년, 한국은 해방되었고, 1949년 헐버트는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그토록 그리던 한강의 물결과 서울의 하늘을 다시 본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유언에 따라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묻혔다.
묘비에는 단 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나는 한국을 사랑하였다."
그 어느 누가 그처럼 행동으로 사랑을 증명할 수 있었을까.
그 어느 누가 헐버트처럼, 남의 나라의 고통을 자기의 소명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
그의 삶은 하나의 서사시이자,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이다.
“당신은 지금,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헐버트는 떠났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가 심은 자유의 씨앗은 오늘도 이 땅 어딘가에서 자라며 우리에게 속삭인다.
“진정한 사랑은 말이 아니라, 실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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