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따뜻한 날씨보다 더 극단적인 날씨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사회부 0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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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여름이 더워지고 겨울이 따뜻해지는 현상이 아니다. 비가 내려야 할 때 내리지 않고, 짧은 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비가 쏟아지며, 한 지역에서는 가뭄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가 발생한다. 이제 기후변화의 본질은 기온 상승 자체를 넘어 날씨의 불확실성과 극단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남반구의 뉴질랜드와 동아시아의 한국은 지리적 조건과 계절의 흐름이 다르지만, 기후변화가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점점 더 많은 공통점을 드러내고 있다.


뉴질랜드의 기후 관측 통계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909년 이후 전국 평균기온은 1.36℃ 상승했으며, 최근 10년 동안 역대 가장 따뜻한 해들이 집중됐다. 30개 관측지점 가운데 29곳에서 연평균기온이 상승했다.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변화를 보였고, 일부 관측지점에서는 연간 강수량 가운데 극도로 많은 비가 내린 날의 비중도 커졌다.


최근 10년 동안 관측지점의 67%가 극심한 건조를, 80%가 극심한 습윤을 경험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뉴질랜드의 기후 위험을 단순히 비가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건조와 습윤이라는 상반된 현상이 모두 중요한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1910년대보다 약 2.2배 늘었고, 열대야일수는 약 4.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수일수는 줄어든 반면 전체 강수량은 증가해 비가 내리는 날의 강수 강도가 커지는 양상도 나타났다. 최근 한국에서 폭염과 열대야, 집중호우, 가뭄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은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두 나라의 기후 위험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뉴질랜드에서는 지역별 강수량 차이와 강풍, 가뭄, 산불, 홍수 등이 농업과 수자원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동부와 북부의 건조 위험이 커지는 한편, 남섬 서부에서는 강한 비와 홍수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의 폭염과 집중호우, 도시 침수, 열대야가 주요 과제로 부각된다. 산악지역과 농촌의 가뭄, 대형 산불 역시 사회와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그러나 두 나라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공통된 위험을 발견하는 일이다. 기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과 건조한 환경이 겹치면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하천과 배수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가뭄이 길어지면 농업용수와 식수 확보는 물론 전력 생산과 산업 활동에도 부담이 생긴다. 기후 위험은 어느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여러 영역으로 번져 나간다.


특히 기후변화는 평균값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연평균기온이 몇 도 올랐는지, 연간 강수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여러 날에 걸쳐 분산되는 경우와 몇 시간 안에 집중되는 경우의 피해는 크게 다르다. 연간 강수량이 평년 수준이라고 해서 홍수 위험이 작다고 볼 수도 없다.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에서는 토양이 건조해지고 식생이 약해지면서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결국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평균적인 날씨만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을 얼마나 잘 예측하고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2026~2027년 뉴질랜드의 여름은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뉴질랜드의 기상 당국은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초까지 강한 엘니뇨의 영향을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와 대기 순환을 변화시켜 세계 여러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주는 자연 현상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일반적으로 서풍 계열의 바람이 강해지고, 지역에 따라 건조하거나 비가 많은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엘니뇨가 발생한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날씨는 다른 대기·해양 현상과 지역적 조건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엘니뇨를 특정 재난의 직접적인 예고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후 위험을 점검하고 대비를 강화해야 할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역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폭염이 심해지면 취약계층의 건강을 보호하고 냉방시설과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저지대와 지하공간의 침수를 막고, 하천 범람과 산사태 위험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가뭄과 집중호우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물 관리와 재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도시의 배수시설과 녹지, 건축물 역시 과거의 기후 조건만을 기준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농업용수 확보와 저수시설 관리, 산불 예방, 홍수에 취약한 지역의 기반시설 개선, 강풍에 대비한 전력망과 교통망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한 지역의 물 부족과 다른 지역의 과잉 강수에 동시에 대비하려면 전국 평균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별 위험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재난이 발생한 뒤 피해를 복구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위험이 커질 지역과 시기를 미리 파악하고, 주택과 도로, 전력망, 농업시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비해야 한다. 기상 예보와 조기경보를 주민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예보가 정확하더라도 경고를 제때 전달하지 못하거나 대피와 대응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와 한국은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 뉴질랜드는 넓은 농업지역과 지역별 수자원 관리, 강풍과 산불 대응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한국은 인구와 시설이 밀집한 도시에서 집중호우와 폭염, 침수 위험을 관리하는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양국이 기후 관측과 재난 대응, 도시 기반시설 개선, 농업 적응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관측 기록에 나타나고 있으며, 농부의 수확과 가정의 전기요금, 도시의 교통과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기온 상승을 숫자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한 기후 속에서도 사회가 안전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더 따뜻한 날씨가 반드시 더 위험한 날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온난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 폭염과 강풍이 겹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와 한국이 함께 마주한 과제는 분명하다. 과거의 평균적인 날씨를 기준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극단적인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은 얼마나 따뜻한 날씨를 누리느냐가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속에서도 국민의 삶과 경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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