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경 없는 온라인 숙박 사기, 디지털 시대의 신뢰를 묻다

사회부 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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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세계적 확산과 AI의 진화, 한국과 뉴질랜드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


여행의 설렘은 숙소를 예약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낯선 도시의 풍경을 상상하며 호텔과 숙박시설을 검색하고 가격과 위치를 비교하는 과정은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여행을 편리하게 만든 만큼 그 편리함을 악용하는 새로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에 가짜 숙소를 등록하거나 정상적인 예약 절차를 가장해 돈과 개인정보를 빼내는 사기다.


이제 온라인 숙박 사기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여행 예약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기범들의 활동 영역도 국경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가짜 숙소 사진과 소개 문구, 예약 안내 메시지를 실제처럼 만들어내는 일을 더욱 쉽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색한 문장이나 조잡한 사진이 사기를 알아차리는 단서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화면에 나타난 정보만으로 진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뉴질랜드에서도 이러한 위험은 이미 현실이 됐다. 2024년 뉴질랜드에서는 마운트마운가누이의 실제 휴가용 주택 사진과 정보를 그대로 복사한 가짜 Booking.com 숙소가 등록됐다. 한 가족은 이를 실제 숙소로 믿고 예약했다가 약 1만 뉴질랜드달러를 잃었다. 더 심각한 것은 해당 주택의 실제 소유자도 가짜 예약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실제 주택 소유자의 집까지 찾아오는 상황도 발생했다.


또 다른 뉴질랜드 사례에서는 남섬 카라메아의 한 숙박업체를 예약한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려는 피싱 메시지가 전달됐다. 예약자의 숙박 날짜와 예약 내용 등을 알고 있는 사기범이 숙박업체에서 보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를 보내 결제정보를 다시 확인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소 20명의 고객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숙박업체 측은 파악했다. 한 고객은 카드 정보를 입력했다가 이상 거래를 발견하고 은행에 연락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가짜 숙소’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믿고 이용하는 예약 플랫폼 자체의 신뢰가 사기범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는 유명한 예약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메시지를 신뢰하기 쉽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해 전달된 메시지라고 해서 언제나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뉴질랜드의 온라인 안전 관리 기관인 넷세이프(Netsafe) 역시 외부 결제를 대표적인 사기 징후로 제시하고 있다. 넷세이프는 확립된 예약 플랫폼 밖에서 거래하거나, 링크를 통해 개인정보나 결제정보를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사기가 의심되면 은행에 즉시 연락하고 신고할 것도 권고한다.


한국의 상황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2026년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접수된 숙박계약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6,224건이었다. 특히 전체 피해의 72.8%인 4,531건이 온라인 숙박플랫폼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가짜 숙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계약 해제·해지와 위약금 문제가 65.5%로 가장 많았고, 계약불이행이나 불완전이행도 22.0%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에 앞서 주요 숙박플랫폼 7곳과 관련된 피해구제 신청도 분석했다. 2022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해당 플랫폼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3,881건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관련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서도 숙박 예약이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의 분쟁과 피해 예방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최근 숙박요금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도 발생했다. 2026년 부산에서는 대형 공연을 앞두고 이미 예약이 확정된 소비자에게 추가 숙박요금을 요구하거나 예약을 임의로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해 한국소비자원과 관계기관이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한 숙박업소는 예약된 객실에 대해 입실 전에 50만원의 추가 결제를 요구했고, 다른 숙박업소는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사례는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짜 숙소와 예약정보를 이용한 피싱 등 온라인 사기가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숙박플랫폼을 둘러싼 계약해제, 환불, 계약불이행, 부당한 추가요금 등의 분쟁이 상당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의 피해를 단순히 같은 유형의 사기로 규정하기보다는, 온라인 숙박거래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통점도 분명하다. 소비자는 플랫폼을 신뢰하고 거래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스스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사기범이 플랫폼의 이름이나 예약정보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플랫폼 역시 거래의 신뢰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숙소 등록 단계에서 실제 사업자와 시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비정상적인 가격이나 예약 패턴을 감시하며, 의심스러운 외부 결제 요구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사기범이 AI를 이용해 실제 같은 사진과 문장을 만들어낸다면 플랫폼 역시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가짜 숙소와 비정상적인 거래를 찾아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기 수법이 정교해진 만큼, 이를 막기 위한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도 기본적인 주의는 필요하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이나 비정상적으로 좋은 조건은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숙소 주소를 지도에서 확인하고, 다른 예약 사이트나 공식 홈페이지의 정보와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예약 플랫폼을 통해 거래했다면 결제 역시 플랫폼 내부의 공식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판매자가 갑자기 ‘결제 오류’를 이유로 별도의 링크를 보내거나, 수수료를 아껴주겠다며 계좌이체를 요구한다면 거래를 중단하고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신속한 대응도 중요하다. 카드 결제를 했다면 금융기관과 플랫폼에 즉시 연락하고, 계좌이체를 했다면 은행에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해야 한다. 예약확인서, 문자, 이메일, 채팅 내용, 결제 내역 등 관련 자료도 삭제하지 말고 보관해야 한다. 넷세이프 역시 사기 피해가 의심될 경우 은행에 신속히 연락하고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필자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일상을 비교하면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편리함과 그 이면의 위험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온라인 사기에는 국경이 없다.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가짜 숙소 사기가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한국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숙박 분쟁 역시 뉴질랜드 소비자에게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 대한 ‘신뢰’다. 소비자가 예약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는 자신이 정상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면 단순히 한 명의 소비자가 돈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플랫폼 전체와 온라인 여행산업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숙박 사기 문제를 소비자의 부주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주의, 플랫폼의 책임, 금융기관의 신속한 대응, 정부와 관련 기관의 제도적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특히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온라인 거래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가 간 정보 공유와 국제적인 협력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일이다. 숙소 예약은 그 여행의 첫 단계이자 소비자가 플랫폼에 신뢰를 맡기는 순간이다. AI가 가짜를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술의 속도만이 아니다.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안전이다.


한국과 뉴질랜드가 온라인 숙박 예약의 편리함을 넘어 안전한 디지털 여행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변화하는 여행산업이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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