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답' 없는 노년의 여정, 우리는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가

사회부 0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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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나이 듦에 정답은 없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자와 살아온 환경, 건강 상태와 삶의 방식이 다르듯 노년을 맞이하는 모습도 모두 다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이 정답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서구 사회의 시니어 삶을 살펴보면 노년을 맞이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하고 주체적인지 엿볼 수 있다.


실버타운(Retirement Village)에 입주한 팻(Pat)은 활기찬 공동체 생활을 즐긴다. 수영과 걷기로 건강을 관리하고, 북클럽과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가족,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반면 오랫동안 살던 집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크리스(Chris)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간다. 라디오로 뉴스를 듣고 자녀들과 통화하며 일상을 이어가지만,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사회적 고립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를 더 받을지, 집을 줄여(Downsizing) 보다 편리한 주거환경으로 옮길지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삶에는 우열이 없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년의 삶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이 함께 뒷받침될 때 비로소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그러나 많은 시니어들에게 노년은 여전히 '선택'보다 '적응'과 '버팀'의 시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주거와 지역사회 인프라다. 해외 여러 나라의 시니어 주거단지는 단순한 거주시설이 아니라 운동, 문화, 여가, 의료, 돌봄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활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급 실버타운과 요양시설 사이를 메워 줄 다양한 형태의 중간 단계 주거 모델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eing in Place)' 역시 쉽지 않다. 고령자가 오래 살아온 동네에서 익숙한 이웃과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은 아직 부족하다. 주택의 물리적 구조, 이동의 불편함, 지역사회 연결망의 한계는 노년의 독립적인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고령층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지원도 중요하다. 기술은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장벽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돌봄 중심의 정책을 넘어 '웰에이징(Well-ageing)'을 위한 환경 조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령 친화형 주택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돌봄과 복지 서비스를 촘촘히 연결하며,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노년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여정이다. 어떤 이는 활기찬 공동체 속에서, 또 다른 이는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자신만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길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삶에 맞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사회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도 존엄과 자율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노년의 품격은 수명의 길이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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