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동네 역사는 우리가 지킨다. 아카로아 시민 신탁이 던지는 화두

사회부 0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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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평온한 항구 마을 아카로아(Akaroa)에서 전해진 소식은 지역 유산 보존의 본질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준다. 최근 '아카로아 시민 신탁(Akaroa Civic Trust)'의 마리 헤일리(Marie Haley) 신임 의장이 밝힌 포부에는 유산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현대의 삶 속에서 '활력'을 불어넣을지에 대한 실천적인 고민이 담겨 있다. 


이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해묵은 갈등 사이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단체가 철저하게 민간 주도의 '신탁(Trust)' 체제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문화재나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은 주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행정 명령과 예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보존 조치를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규제로 인식하여 반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면, 아카로아 시민 신탁은 연간 20달러라는 소액 회비를 내는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스스로 기금을 모으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며 복원 기술을 공유한다. 보존이 외부로부터 강요된 의무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느끼는 '지역적 자부심'의 발로가 되는 과정이다.


또한, 유산을 박제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삶과 연결하려는 노력 역시 인상적이다. 헤일리 의장은 유산 보호와 더불어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와 홍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방문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역사적 가치를 지닌 개인 소유 건물의 주인들이 서로의 관리 경험을 공유하도록 돕는 네트워크 구축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의 근대 건축물들이 상업화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거나 반대로 방치되는 이분법적 상황과 대조적으로, 아카로아는 유산 소유주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함께 관리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유산은 박물관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이자 일터로서 현재와 호흡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이들은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금융적 준비까지 병행하고 있다. 


장기적인 '재무 비축금'을 마련하여 지역 유산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선 실용적인 접근이다. 건축 설계비나 전문 수리 비용을 보조함으로써 주민들이 겪는 실질적인 고충을 해결해 주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한국에서도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기부 문화나 제도적 뒷받침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기금을 운영하며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아카로아의 모델은 우리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결국 아카로아 시민 신탁의 활동은 "우리가 사랑하는 풍경과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제 한국의 지자체들 역시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물리적인 '도시 재생'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서사를 발굴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 시민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과거를 지키는 일이 곧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깨닫는 시민 사회의 성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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