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수는 기억한다. 뉴질랜드와 한국

사회부 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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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매달 수천 채의 신규 주택이 허가를 받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가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허가를 내주면, 시민들은 그 집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23년 오클랜드 대홍수 당시, 수천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을 철거한 뒤에도 다시 같은 장소에 주택을 짓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반복인가.


이와 같은 상황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2022년 서울 강남 일대의 기록적인 폭우, 2023년 충청·전라 지역의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와 산사태. 반복되는 재해 속에서 우리는 비슷한 질문을 하게 된다. 왜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가?


한국에서도 하천 주변의 개발, 산비탈의 고층 아파트 건설, 재개발 사업의 급박한 추진 등이 결국은 ‘자연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집값을 잡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을 목표로 삼은 결과,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한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개발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우리는 흔히 개발과 안전이 대립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사례가 말해주듯, 그 둘은 결코 양립 불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다만, 시야를 좀 더 멀리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의 성장과 집값 안정만을 보고 허가를 내주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재난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실제로, 홍수 위험 지역에서 지어진 저렴한 주택은 초기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지만, 몇 년 후 되풀이되는 수해와 보험료 폭등, 재산 가치 하락으로 더 큰 절망을 안긴다.


한국 역시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더 많은 집을 더 빠르게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집이 10년, 20년, 50년 후에도 여전히 ‘안전한 집’일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지자체의 인허가 시스템에 기후 변화 대응 요소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건축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험 지역 회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홍수 위험 지역에 지어진 주택들이 자주 침수되는 문제 외에도, 인근 도로와 배수 시스템, 피난 경로가 함께 고려되지 않아 재난 발생 시 고립되는 일이 많았다. 높이 지은 집이더라도,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잠기면 결국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사태 위험 지역에 아파트를 짓고, 침수 지대에 복합 상업시설을 올려도, 배수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개발은 반쪽짜리다. 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길과 물과 빛, 그리고 ‘위기 시 탈출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공하는 일이다.


우리는 10년이 아니라, 100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말이야말로 뉴질랜드와 한국 모두에게 필요한 전략이다. 그 어떤 정책보다 강력한 변화는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재난 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금이 바로 개발 정책을 되돌아볼 때다. 비 피해 지역에 대한 새로운 지표 개발, 건축 허가 기준 강화, 그리고 침수 위험 지역 주민의 이주 정책 등 장기적 접근이 절실하다. 개발과 주거권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도, 기후 위기에 강한 도시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자연은 공짜가 아니다.” 이 말은, 한국 사회에도 깊은 성찰을 남긴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개발을 통해 성장을 이뤘지만, 이제는 성장이 생존을 위협하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강이 범람했던 자리, 산이 무너졌던 곳, 물이 고였던 길은 절대 잊지 않는다. 자연은 늘, 우리가 어디서 잘못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단지 더 많은 집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이다. 그것은 곧,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지속 가능한 사회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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