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회색 하늘 아래서. 뉴질랜드와 한국의 대기오염 극복 이야기

사회부 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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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1977년 6월 14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하늘은 잿빛이었다. 그날 낮 시간대 스모그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750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도시 역사상 최악의 수치였다. 그러나 불과 2년 전인 1975년 6월 18일, 밤 시간대 오염 농도는 3,076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다. 숨이 막히는 수준이었다. 캔터베리 평원 위로 차갑고 고요한 공기가 깔리면 도시를 둘러싼 포트힐스(Port Hills)가 오염된 공기를 가두는 장벽이 됐다. 석탄과 나무를 태우는 가정용 난방 연기가 기온역전층 아래 빠져나오지 못하고 도시 위에 층층이 쌓였다.


이 문제는 20세기 초부터 인지된 고질적인 것이었다. 1960∼70년대 저황 석탄 도입과 청정대기법 제정이 이루어졌지만, 가정 난방용 고체 연료가 여전히 주된 오염원으로 남아 있었다. 변화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지방 당국이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대기질 감시, 스모그 농도 공개, 오염 연료 사용 제한, 청정 난방 기기 전환 의무화 등 단계적 규제가 도입됐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난방 방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정책 추진 끝에 크라이스트처치의 겨울 하늘은 서서히 맑아졌다.


한국에서 대기오염은 오랫동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1960∼80년대 산업화 시기, 공장 굴뚝과 연탄 난방이 주된 오염원이었다. 도시 외곽의 공단 지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경제 성장의 상징이기도 했고,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일상이기도 했다. 이후 연탄 사용이 줄고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난방 관련 오염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 배출물에 더해, 봄철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훌쩍 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보도되면서, 대기오염은 다시 한국 사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두 나라의 경험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동시에 보인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스모그는 지형적 특성과 가정 난방이라는 내부 요인에서 비롯됐고, 규제와 시민 행동의 변화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됐다. 반면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는 국내 요인과 국경을 넘는 외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외교적 협력과 국내 감축이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두 사례가 공유하는 교훈은 분명하다. 대기오염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정확한 측정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크라이스트처치가 수십 년에 걸쳐 겨울 스모그를 줄여온 과정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생활 방식을 바꾸는 사회적 합의 없이는 불가능했다. 맑은 하늘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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