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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국제교류처장 및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의 작은 해안 도시 네이피어(Napier)는 매년 2월이면 찬란했던 193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네이피어 아트 데코 페스티벌(Napier Art Deco Festival)'은 단순히 지역의 역사를 기리는 행사를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몰입형 무대로 탈바꿈시키는 독보적인 문화 기획력을 보여준다. 축제 매니저 조나단 스미스를 비롯한 기획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이들의 성공 비결은, 화려한 겉치레보다 내실 있는 인프라와 방문객의 심리적 몰입에 집중하는 데 있다.
이들의 기획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인프라 구축을 창의적 기획보다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조나단 스미스(Jonathan Smith)는 축제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확정 지어야 할 요소로 도로 통제, 물 공급, 이동식 화장실과 같은 기초적인 인프라를 꼽는다. 이는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많은 축제가 화려한 라인업이나 홍보 콘텐츠에 매몰되어 정작 방문객의 쾌적한 관람 환경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탄탄한 플랫폼이 먼저 마련되어야 그 위에 창의적인 이벤트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은 한국의 축제 기획자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또한, 네이피어 축제는 방문객을 단순한 '구경꾼'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축제의 목표는 방문객이 도시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할리우드 영화 세트장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1930년대풍의 복장을 갖춘 사람들, 거리를 누비는 빈티지 자동차, 공기를 가득 채우는 재즈 선율은 도시 전체에 강력한 '문화적 탈출구'를 형성한다. 이는 한국의 많은 지역 축제가 지역 특산물 판매나 연예인 초청 공연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옥마을 등을 중심으로 의상 체험이 늘고는 있지만, 도시 전체의 건축 양식과 축제의 테마가 하나로 녹아들어 완벽한 시공간적 몰입을 제공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네이피어의 사례는 축제의 생명력이 지역의 정체성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각화하고, 이를 방문객의 능동적인 참여로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대지진 이후 재건된 아트 데코 건축물이라는 도시의 아픈 역사를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킨 이들의 지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지역 축제 역시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벗어나, 그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서사를 기반으로 방문객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가 가진 고유의 색깔을 명확히 하고 그 위에 철저한 운영의 미를 더할 때, 비로소 축제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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