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 설계스튜디오 분반당 10명인데 초과 신청 허용
학과 “전체 재배정 또는 초과 분반 6명 이동” 투표 제시
정상 신청 학생들, 원치 않는 교수 분반으로 옮겨질 수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동시킬지는 공개 안 돼
[한국유통신문= 김도형 기자] 한남대학교 건축학과가 설계스튜디오 수강정원을 잘못 설정해 일부 분반에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되는 일이 발생했다. 학과는 오류를 바로잡겠다며 학생들에게 분반 전체를 다시 편성하거나 초과 신청자 일부를 다른 분반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이 잘못한 것은 없는데 학교 측 실수로 이미 완료된 수강신청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분반 변경을 누가 최종 결정하는지, 어떤 학생을 무슨 기준으로 이동시킬지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진이 확보한 건축학과 안내문에 따르면 설계스튜디오는 당초 3개 분반에 각각 10명씩 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분반별 수강인원 설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일부 분반에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됐다.
건축학과 조교 명의의 안내문에는 “분반별 수강인원 설정에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해 당초 분반별 10명으로 운영돼야 하는 분반에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혀 있다.
학과 측은 “이번 상황은 학생 여러분의 수강신청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학과의 분반 인원 설정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안내문에 적힌 ‘시스템상 오류’가 전산 프로그램의 기술적 장애인지, 학과가 정원을 잘못 입력하거나 승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오류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학교 실수인데 학생들이 다시 선택해야
학과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3개 분반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들을 다시 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 인원이 초과된 2분반에서 6명을 이동시킨 뒤 필요한 범위에서 분반을 조정하는 것이다.
학과 측은 두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위한 학생 투표를 제안했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일부 학생은 당초 희망한 교수의 수업을 듣지 못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학생들이 학교가 정한 기간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강신청을 마쳤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착오나 부정한 신청이 아니라 학과의 정원 설정 오류 때문에 기존 신청 결과가 바뀔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남대학교 공식 학사안내에 따르면 본 수강신청은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학교는 수강신청을 완료한 학생들에게 ‘수강신청 내역조회’를 통해 신청 결과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식 시스템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하고 결과까지 확인했다면 해당 분반을 수강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학이 교육 여건에 따라 분반과 정원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학교 측 오류로 이미 완료된 신청 결과를 바꾸려면 명확한 근거와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전체 학생 재배정, 꼭 필요한가
정원 초과가 일부 분반에서 발생했는데도 3개 분반 전체를 다시 편성하는 방안이 제시된 점도 논란거리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정원 초과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반의 학생까지 재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학교가 전체 재배정을 추진하려면 초과된 분반만 조정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전과생과 편입생 등을 추가로 배정해야 한다는 학과 측 설명도 구체성이 부족하다. 추가 배정 대상이 몇 명인지, 기존 수강신청 학생보다 우선 배정해야 할 학칙이나 교육과정상 근거가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과생과 편입생의 수강 기회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사전 준비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를 기존 학생과 추가 배정 학생 사이의 경쟁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6명 이동’이라면서 선정 기준은 빠져
초과된 분반에서 6명을 이동시키는 방안도 선정 기준이 관건이다.
확보된 안내문에는 누구를 이동시킬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담겨 있지 않다. 수강신청 완료 순서를 적용할지, 자발적인 이동자를 먼저 받을지, 추첨할지, 학년이나 졸업 필요성을 고려할지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한남대가 본 수강신청을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공식 안내한 만큼, 재배정 과정에서 수강신청 서버에 기록된 신청 완료 순서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밝혀야 한다.
그렇다고 후순위 신청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정원이 잘못 설정된 상태에서 학생들은 학교 시스템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정상적으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강제 이동이 아니라 해당 분반의 한시적 증원, 자발적인 이동자 모집, 추가 분반 운영, 공동지도 등 학생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학생 투표로 학교 책임 대신할 수 있나
학과가 학생 의견을 듣기 위해 투표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다수결만으로 일부 학생의 기존 수강신청 결과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생 투표는 의견수렴 수단일 뿐 학사행정의 최종 결정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 다수가 전체 재배정을 선택하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특정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류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 기준을 정해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할 주체는 학생들이 아니라 대학이다.
조교가 안내…최종 결정권자는 누구
이번 재분반 방안은 건축학과 조교 명의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조교가 학과의 결정 사항을 전달하고 학생 의견을 취합하는 것은 통상적인 학과 행정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조교가 카카오톡으로 공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절차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조교가 단순한 전달자인지, 이동 대상자를 선정하고 기존 수강신청 결과를 변경할 권한까지 부여받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학생의 수강신청 내역을 취소하거나 다른 분반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결정은 학칙과 학교 사무분장에 따라 권한을 가진 책임자 또는 부서의 승인 아래 이뤄져야 한다.
재분반의 최종 결정권자가 학과장인지, 단과대학장인지, 교무처나 학사관리팀인지도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조교가 재분반을 단독으로 결정했거나 학생들의 수강신청 내역을 직접 변경했다고 볼 수 없다.
한남대 “사실관계 파악 후 답변”
8월 25일 한남대학교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에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대책과 학교 측 입장을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학교가 밝혀야 할 핵심은 명확하다.
▲오류가 발생한 정확한 경위 ▲분반별 정상 정원과 실제 신청 인원 ▲기존 신청 결과를 변경할 수 있는 규정상 근거 ▲재분반의 최종 결정권자 ▲이동 대상자 선정 기준 ▲전과생·편입생 추가 배정 근거 ▲분반 증원이나 추가 개설 검토 여부 등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정원 숫자를 잘못 입력한 데만 있지 않다. 학교가 발생시킨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수강신청한 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 불가피하다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한남대학교가 학생들에게 책임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 차원의 공식 기준과 피해 최소화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이 기사는 특정 조교나 교수 개인의 책임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확보된 학과 안내문과 한남대학교 공식 학사안내를 토대로 분반 정원 설정 오류 이후 발생한 학사행정상 쟁점을 확인하기 위한 보도다. 오류의 정확한 발생 경위, 조교의 권한 범위, 기존 수강신청 내역의 실제 변경 여부는 학교 측의 공식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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