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소록도를 생각하는 사람들> 세 번째 모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윤진성 0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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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KTN) 윤진성 기자=서울에서 고흥까지 오랜 여정에 피곤하신 몸으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의 조성룡 선생님의 이야기는 농사일로 고단한 참석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흥미롭고 알찬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건축계에서 일가를 이룬 노학자의 삶의 궤적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도 있었고,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우리 사회의 풍경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건물로 빈 곳을 채우는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의 땅과 물, 그리고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깊은 사유, 혹은 배려와 공감의 마음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간과 환경에 의해서 조금씩 사그라드는 건축의 픙화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고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 기억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공간 보존(전)과 기억의 긴밀함에 대한 생각이 소록도와 관련해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비단 소록도만이 아니라, 고흥군 옛 청사의 처리 문제, 지역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등을 떠올리면서 지역의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재생’ 사업과 기념 사업이 역사적-문화적 장소의 소멸과 함께 삶의 흔적(기억)이 지워지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역사-문화와 단절된 이질적인 공간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안타까움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착찹함은 장소가 없이는 이야기가 지어질 수 없고, 이야기가 없이는 역사도 문화도 구성되고 전승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뻗어나가기도 했습니다.


강의 끝 무렵에 선생님께서는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하면서 집 혹은 공간이 없이는 인간은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기대어 기존의 것을 허물고 깨끗하고 정돈된 새로운 공간 마련을 통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얄팍한 기대와 사업이 소록도를 포함해서 우리 지역의 오래된 삶의 흔적들을 훼손하지지 않도록 지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강의 후에 모두 함께 소박한 만찬으로 ‘식구’의 친밀성을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이번 모임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29일에는 소록도 주차장에 모여 조성룡 선생님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의 연구진이 작업을 했던 ‘소록도 100년 기념 공간’을 출발점으로 화장장, 북성교회, 서성리 마을, 서성교회, 소각장, 식량창고, 선착장, 소록도에서 거금대교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전날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얻은 지식 덕분에 무너져가는 건물을 왜 저렇게 성글게 보이는 식으로 보전 처리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한 발 나아가 소록도에서 한센인의 삶의 흔적이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채 소멸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어떤 목적이나 동기에서 소록도의 공간을 자기들의 문화적 공간으로 전유하려는 움직임도 발견되고 있어 지역민과 사회의 관심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한센인의 삶과 역사가 깃든, 그리고 한센인과 함께 소록도의 사회적·물리적 공간을 형성해왔던 소록도 구성원 모두의 삶의 공간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모임은 모든 분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 길을 아무 사례비도 받지 않으시고 한 걸음에 달려와 귀한 말씀을 해주신 조성룡 선생님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의 연구진, 대학원생들, 그리고 신이 나게 하는 학부생, 고흥과 소록도의 커다란 지도를 가져다주시고 이번 일정을 준비해주신 김경완 실장님, 29일 답사에 함께해주신 소록도의 박형석 장로님, 인근 지역에서 관심을 갖고 찾아주시고 후원금까지 건네주신 순천의 두 선생님, 모임 공간을 내어준 전국교원노동조합 고흥지부, 찬조금을 내준 고흥생태문화모임 느티나무와 고흥녹색당, 그리고 항상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고흥의 여러분들! 주말 낚시를 포기하시고 참석해주신 분, 청소에서 음식 준비와 설거지, 그리고 답사 차량 지원과 운행에 이르기까지 귀한 손길을 보태주신 분들, 그리고 해산물을 손수 잡고 조리해서 제공해주신 느티나무 회장님 등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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