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아버지의 뜰'에 출연한 남무희 선생님<한국유통신문.com>

선비 0 3,223

(전국= KTN) 김도형 기자= 지난 13일부터 5부작으로 방영되고 있는 인간극장 '아버지의 뜰'에 출연한 남무희 선생님을 찾는 전화가 16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걸려왔다.

 

오전에 걸려온 전화는 문경에 사는 남무희 선생님의 연락처를 물으며 남 선생님의 꿀을 구입하고 싶다며 부탁을 해왔고, 오후에 역시 인간극장의 남무희 선생님의 꿀을 찾는 듯 전화번호를 물어왔다.

 

인간극장 '아버지의 뜰'의 내용은 일곱 살 때까지 문경의 시골마을에서 자란 해맑은 산골소년이 대구로 이사를 가 학교을 다니게 됐고, 어른이 되어 아내화 함께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와 꽃밭을 일구며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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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기를 43년이 반복되며 흐르는 세월동안 남무희 선생의 뜰에서 삼남매가 태어나 자랐고, 넓은 세상을 체험하기 위해 떠났던 자식들이 하나 둘씩 아버지의 뜰로 다시 되돌아 왔다.

 

인간극장에선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남무희 선생님의 아들이 아버지 곁으로 되돌아 와 든든한 동료가 된 사연과 출가한 딸 역시 자신의 가족과 함께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와 더욱 행복하고 서정적인 시골생활을 하고 있는 일상들이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가족이란 울타리의 정감이 사라져 가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다시금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느끼게해 준 '아버지의 뜰'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한나절 꿀벌처럼 부지런히 땀흘려 일하고 저녁이면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만끽하는 시골의 삶은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적지 않은 부러움을 샀을 것으로 보인다.

 

남무희 선생님은 2014년 8월 24일 문경 가은읍에 위치한 천지예술촌 민박집 앞 뜰에서 처음 만난 분이다.

 

뜰에 놓아둔 양봉통을 관리하기 위해 찾은 남무희 선생은 자신을 임업전문가로 소개하셨다. 2년 전 당시 남무희 선생님은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되돌아 온 아들과 며느리의 자랑을 겸한 소소한 자신의 일상 이야기와 함께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좋은 말씀을 주셨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기셨던 남무희 선생님과 2년 전의 추억으로 되돌아 가 본다.


벌과 인간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합니다

문경 가은마을에서 만난 유기농전문가 남무희 선생님

 

'양봉'이란 꿀을 얻기 위해 벌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우연한 기회에 양봉을 하고 있는 문경 가은 마을의 남무희(71) 선생님을 만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철학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유는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문경 농암에 위치한 청암중고등학교에서 30년간 교직생활을 해오셨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구미마라톤클럽 회원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훈련을 겸해 휴양캠프를 간 문경 가은마을의 천지예술촌 민박집은 온 사방이 녹음으로 우거져 있고 아담한 곳이다. 게다가 천지예술촌으로 들어오는 길의 풀밭으로 에워싸인 농작로에는 풀숲에서 뱀이 튀어 나와, 애꿎게도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에 압사를 당하기도 해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한 곳.


문경 가은마을에서의 아침은 한폭의 그림같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풍경을 보여주며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여유로움과 삶의 잔잔함을 느낄 수 있다.


 천지예술촌 민박집에 전날 오후 늦게 도착했을 당시에는 못 보았던 양봉통을 아침에 일어나서야 보게되었다.

 

민박집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양봉통들 사이로 머리에 망을 쓴 한 양봉꾼이 부지런히 양봉통을 매만지며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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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의 사람들은 벌들이 많음에도 아랑곳 않고 양봉꾼에게 다가가 신기한 듯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었고, 그것을 보며 벌은 자신을 위협하지 않으면 침을 쏘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난 어릴적에 꿀벌에 호되게 쏘인 적이 있어서 작은 벌일지라도 사실 무서웠다.

 

사람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이곳 천지예술촌을 소개해 주고 가은마을이 고향인 회원 한분에게 큰소리로 말을 했다.


"여기 계신 분이 중고등학교 때 은사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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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양봉꾼이 아니라 문경 농암에 위치한, 30년 동안 몸담았던 청암중고등학교를 은퇴한 뒤 고향 땅에서 부지런히 소일거리를 하고 계시는 남무희(71)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버지께서도 영주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시고 퇴직하신 뒤, 한 때 양봉에 대해 누군가로 부터 들은 후 양봉통을 무려 10여개나 사다가 고향의 선산에서 벌을 길렀던 적이 있다. 당연히 꿀을 수확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교직 은퇴후 제2의 삶을 위한 대비책 차원에서 시도한 일이셨다고 생각든다.

 

하지만 양봉 시작 3개월 만에 말벌의 공격으로 불쌍한 꿀벌들이 전멸하는 불상사를 맞게 되었고, 그 후론 양봉을 포기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양봉은 일반 농사와는 다르다. 양봉하기위한 방법과 이론들을 꼼꼼하게 배웠다손 치더라도 자연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양봉일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우리 아버께서는 양봉통을 많이 사다 두면 꿀벌들이 알아서 꿀을 모아와 저절로 돈을 벌게 되는 줄로만 아셨을까? 물론 아버지께서는 워낙 부지런하시고 계획적이시기에 불로소득은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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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자식들 모두에게 손수 만드신 꿀로 한없이 퍼다 줄 부푼 꿈에 흔쾌히 양봉꾼의 말을 듣고 양봉을 시작하셨을 터이다.

 

생전 처음으로 벌들이 득실대는 양봉통 옆으로 다가갔다. 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만 않는다면 벌들 또한 가만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보았다.

 

남무희 선생님 말씀으로는 벌들이 집을 나올 때는 일정한 각도로 날아 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이동 경로 앞에 방해 되는 물체가 있다면 공격한다고 한다. 벌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며 다소 긴장했지만 잠시 적응을 하니 의외로 흥미진진하며 스릴이 있는 곳이 되었다.

 

말벌로 인해 양봉을 접은 아버지 일이 떠올라 말벌이 올때를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최선생님에게 물어보았더니, 쥐잡는 끈끈이에다가 말벌을 한마리 붙여 놓으면 다른 말벌들이 동료의 냄새를 맡고 덩달아 달라 붙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곳 가은 마을의 남무희 선생님의 이런 저런 경험담을 듣고보니, 우리 아버지께선 교편을 오래 잡으셨던 관계로 말벌 때문이 아니더라도 양봉을 오래 하시진 못하셨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 온 사람만이 양봉일에 적응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남선생님은 임업을 전공하셨다고 하며 임업 전문가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만큼 자연의 생리에 대해 잘 아시는 듯 했다.


"인간은 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고, 벌로 부터 꿀만 채밀해 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최무희 선생님은 벌들 또한 인간이 정성을 베푼 만큼 되돌려 준다고 한다. 부지런한 꿀벌들이 늘 꿀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비가 오거나 겨울이면 양봉통안에서만 살아야 하기에 설탕물과 같은 먹이를 인간은 제공해 주며 잘 보호해 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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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상부상조이자 공존공생 관계인 것이다.

 

게다가 꿀벌들이 자연으로 부터 꿀을 얻어오기에 자연 또한 잘 가꿔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셨다.


남무희 선생님은 벌들의 일터인 자연에 대해 농약을 뿌리는 것에 반대를 한다. 농약으로 인해 꽃들과 토양이 오염되고 그로인해 오염된 꿀을 먹게되는 인간들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가은 마을의 길들 옆에 피어난 꽃과 풀들은 막자란듯 무성하다. 길가로 풀이 삐져 나와 있는 이유가 관리가 안되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대로 놔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문경 가은 마을에는 일절 유흥시설이나 모텔들이 못들어 오게해 자연을 오염시키는 일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사실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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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을 치게 되면 토양의 구성요소이자 식물들이 잘자라기 위해 필요한 표토가 오염되고, 1cm 두께의 표토가 만들어지는 데는 5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농약의 유해성을 잘 알고 있기에 최무희 선생님은 농약을 15년간 치지 않고 유기농 농사를 해오고 있다.

 

꿀을 넣은 고추장도 만든다고 하며 유통과정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한다.

 

그이유는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유기농 가게인 '우리 가게'를 운영하며 안동카톨릭 농민회 유기농 집합체인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가져다와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란다.

 

최선생님은 독일에서 7년간 유학을 다녀온 아들이 자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왔으며 '하늘씨'라는 협동조합도 만들었고, 최근에는 자연에 대한 교실도 만들어 며느리와 함께 운영중이라며 은근한 자랑을 한다.

 

 하늘씨 조합은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장소와 물품판매장소로 활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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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희 선생님은 임업을 전공했는지라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의 씨를 터트려 자라게 만들었는데, 자란 나무들이 자신의 역사라고 자부심 넘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마침 자연관찰지도사에 대해 관심이 있어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 최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귀뜸 주신다.

 

"나이들고 하면 퇴직도 생각해 봐야 하고, 준비기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우리집에 와서 상의를 해보면 그 해답이 보일겁니다."

 

전라도에서 교수들도 찾아와 1박 2일을 묵으며 최무희 선생님에게 배우며 느낌을 가져간다며 말했다. 

 

교직생활을 은퇴 한 뒤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최무희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가은 마을에서 뵌 최무희 선생님은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고,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회귀해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는 국제운동인 슬로시티(Slowcity)의 산 표본으로서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유통신문 경북지부장 김도형> flower_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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