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109)]작지만 분명한 불씨 하나

사회부 1 433 2025.06.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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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수 연구관의 강연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담긴 울림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질문과 오랜 사색이 빚어낸 문장의 깊이였고, 축적된 시간이 내 앞에 조용히 내려앉는 듯한 감각이었다. 나는 부러웠다. 그 학문의 깊이와 결을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건네는 말들이 오래된 도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곧 나 자신을 떠올리게 되었다. 논문 하나 들춰보는 것도 버거워 망설이던 나. 책상 앞에 앉아도 몇 줄을 넘기지 못한 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날들. 그런 나에게 그의 강연은 학문의 성과가 아니라, 성실한 태도와 끈기, 조용한 반복으로 이루어진 삶의 증명처럼 다가왔다.

‘나는 과연 그만큼 단단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마음을 스쳤다. 그러나 이내 ‘그래,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다짐이 더 크게 자리했다. 초학자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지 말자. 한 문장이라도 더 정확히 읽고, 하나의 의미라도 더 깊이 이해해보겠다는 자세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그의 말은 저 멀리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들려온 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내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아진 작은 디딤돌 하나 같았다. 그 위에 천천히 올라서기만 하면 되는 일.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작지만 분명한 울림을 전하는 사람.

류영수 연구관과 나는 전공도, 걸어온 길도 다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내 마음 어딘가에 희미하게 타고 있던 불씨 하나를 조금 더 환하게 밝혀주었다. 나 역시 언젠가는 사회조사와 분석이라는 언어로 사람과 사회를 읽어내고, 그 흐름 속에서 조용히 의미를 짚어내는 일을 하고 싶다. 숫자와 통계, 표와 그래프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과 시대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그것이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고서를 통해, 또 누군가는 현장에서 삶을 마주하듯, 나에게는 데이터가 그런 매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류 연구관이 구미의 인문 DNA를 발굴하듯, 나도 세상 속에 숨어 있는 진실과 의미를 끌어올리는 일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고 싶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끝이 없다. 그래도 오늘,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말 한 마디였다. 그 사실이 오늘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나는 아직 작고 느리지만, 언젠가 나만의 분야에서 ‘누군가에게 방향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