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학벌서열이다.

윤진성 0 67

 

- 10월 22일 대통령 시정연설 중 교육부문에 대한 논평 -

 

(전국= KTN) 윤진성 기자=2019년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앞으로의 정부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 중 교육부문에 대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고교서열화 해소,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 등의 방향이 제시되었다. 이 중 정시비중을 상향한 입시제도 개편이라는 방향에 대해 교육계의 많은 주체들이 혼란스러운 입시제도 개편과 그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 동안 여론수렴 과정에서 ‘정시확대’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발표해왔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기존의 시험 중심 입시제도가 오히려 고소득층에 유리하며 결과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육불평등을 다소 완화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교육부와 청와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부교육감회의에서 작년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했던 ‘정시모집 비율 30% 이상’ 등을 언급했다. 또한 서울·수도권 일부 주요대학들의 학종 선발 비율이 높기 때문에 균형감 있게 정시비율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당정청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와 교육시민단체 및 교원노동조합 등의 당사자들이 협의 중인 방향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대통령이 발표하고 이것이 곧바로 교육부의 정책기조 수정으로 이어지려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각 정부부처는 소관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부는 입시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 개혁정책을 추진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의 협소한 입시제도 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이라는 형식적 측면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 즉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기존의 정책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교육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학벌서열’임을 밝히고 개혁정책을 공약했다. 또한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업부담을 줄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확대’ 입장은 학벌서열 철폐나 학업부담 경감이라는 애초의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약 2~3달간 진행되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사회의 학벌주의가 여전히 부의 세습과 빈부격차를 심화하는 기반임을 드러냈다. 학벌 있는 청년들이 주도한 대학생 집회와 ‘공정성’ 담론은 정작 자신들이 발딛고 서있는 학벌서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주장이었다. 정부의 대책 또한 학벌서열에서 배제된 시민들과 입시경쟁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협소한 입시제도 개편에 머무르고 있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총장과 민주당 스스로의 정책보고서 등에서도 대학개혁의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는데 지금의 정치는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협소한 ‘입시제도 개편’ 논의를 벗어나 애초의 공약이었던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이에 따른 사회적 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 더불어 시민사회와 학생, 교직원등의 교육 당사자들 또한 학벌철폐와 대학개혁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9년 10월 24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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