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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함창카페버스정류장, 박계해 작가를 만나다

(전국= KTN) 김도형 기자= 경북스토리텔링상주클럽에서 처음 알게 된 함창카페버스정류장에 지난 10월 5일 저녁 늦은 시각에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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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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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경해 작가, 김주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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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창카페버스정류장 주인장 박계해 작가

 

이날 상주지역의 스토리텔링 소재를 발굴하고 한편의 작품으로 엮어내기 위한 작가들이 털어내는 재미난 이야기가 밤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다.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은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창가 옆 쇼파에 기대어 음악과 함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공간이다. 

 

스토리텔링 작가들은 전직 고등학교 국어선생님, 수필가, 논술학원 선생, 작가이자 카페 주인 등 인적 구성이 다양했다. 앞으로도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을 작가들의 정기적인 모임장소로 하자는 잠정적인 무언의 약속도 오갔던 느낌이다.

 

작가들 중 박계희 작가는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의 주인장으로 6년간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버스를 타고 지나던 중 우연히 보게 되어 반해 찜하게 된다. 당시 생계가 절박해 일자리를 구해야만 했던 박 작가는 버스에서 곧장 내려 둘러보곤 몇 달간 손수 작업 끝에 2011년 11월 30일 카페로 탈바꿈 시켜 손님을 맞이하게 됐다. 이곳은 매주 화요일 휴무다. 박계희 작가가 빈집을 카페로 만든 사연은 '일다'라는 인터넷잡지에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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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었다. 버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이 집에 반해버린 것, 창에 붙어있는 ‘세놓음’이라는 글자에 이끌려 목적지도 아닌 낯선 동네에 내린 것, 집안을 구경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 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기까지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은.
 
무려 6년 동안 세가 나가지 않은 애물단지여서 집 안팎이 곰팡이와 먼지로 뒤덮이긴 했어도, 재미있고 독특한 구조를 가진 집이었다. 여기 저기 둘러보는 동안 머릿속으로 카페가 차려지고 있었다. 바닥이 아예 보이지 않을 만큼 때가 찌든 이층 마룻바닥은 샌드페이퍼로 문지르고, 창틀과 계단은 초콜릿 색 페인트를 칠해야지, 이불장은 미닫이문을 빼내고 두 사람이 들어가는 밀실로 만들면 재밌겠다.......

 

-일다, 나의 카페버스정류장 연재 내용 중-

 

경북스토리텔링상주클럽에서 박계희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함창이라는 지명과 함께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인 박열 선생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여차저차 시간이 흐르면서 함창카페버스정류장 이야기도 나왔다. 그때는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이란 곳이 진짜 버스정류장의 2층 쯤에나 있는 카페인줄로만 생각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함창이 문경 가는 어디쯤에 있다고 대강 생각했고,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이 궁금해 언제고 필연적으로 방문하게 될 짬이 오리라 생각했다.

 

마침 지난 10월 5일 스토리텔링 작가들 모임을 함창카페버스정류장에서 갖기로 해 안동을 다녀오며 영덕-상주 고속도로를 거쳐 어두운 저녁 함창 길로 접어들었다. 함창버스터미널에 있는 줄 알았던 카페는 보이질 않았고 독서실에서 나오는 학생에게 물으니 금방 위치를 알게됐다. 버스터미널에서 30~40여미터 남짓한 가까운 거리, 인도변에 카페 입구로 보이는 문을 열려고 하니 닫혀 있었다. 벨을 누르니 박계희 작가가 창밖으로 얼굴을 보이며 뒤안길로 오라며 얘기해준다. 생각했던데로 낭만이 묻어나는 옛추억의 공간이었다. 커피도 맛났고 불빛도 아늑했다. 작가들의 얘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생계를 위해 카페를 운영한다는 박계희 작가의 이야기는 진솔했고, 자신의 두번째 책인 '나의 카페버스정류장'을 이날 모임에 참석한 스터리텔링 작가들에게 선물로 줬다. 난 작가로부터 책을 직접 선물 받은 기쁜 마음에 함창카페버스정류장에을 떠나 집으로 도착해 밤늦은 시각 안자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 수희에게 자랑삼아 선물로 줬다.

 

그리고 딸에게는 "수희도 책 많이 읽고 많이 쓰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책을 펴낼 수 있단다."라며 그림과 함께 멋진 책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하기까지 했다. 딸은 그림도 곧잘 그리고 이따금 집중력있게 글도 쓰고 하는 모습이 작가로서의 재능은 있다고 본 것이다. 책 선물은 어떤 이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에 앞 날을 기대하게 만들어 흐믓한 밤이었다.

 

과거를 품은 추억의 함창카페버스정류장,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 책으로 거듭나다.

 

스토리텔링작가들의 첫모임이 있던 날 찾은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의 오랜 빛을 바랜 듯한 내부 장식물들은 마치 어린시절 시골 외갓집에서 외삼촌들이 책상 위 벽에 불규칙하게 붙여 놓은 화보와 시그림들을 본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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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굴곡과 사연이 많아 보이는 박계희 작가에게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 작품을 쓴 배경에 대해 물었다.

 

박계희 작가는 자신의 책에 대해 "화장실 두고 읽으면 읽으실겁니다."라며 스스로를 시원스레 평가절하했다. 2013년도에 '일다'라는 인터넷잡지에 연재했던 내용들이고 2015년도에 엮어 출간했다고 한다. 박 작가의 카페에 왔던 손님과 자신과의 소소한 인연들을 소재로 내용을 구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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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요조가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이라며 경향신문에 소개한 '나의, 카페 버스 정류장'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작가는 카페 수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 중, 한 청년이 서울이 싫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왔지만 도시와는 다르게 문화공간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지나가다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여기에 있어서 굉장히 위로가 됐다고 말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박 작가는 책 내용 중 재밌게 읽을만한 내용들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립을 축하해'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고, 또한 책 172쪽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을 제일 좋아한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카페에 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쓸 것인가에 대해 묻자, 박 작가는 이 책을 펴낸 이후로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도 없고 앞으로도 쓸 생각이 없다라고 했다.

 

사십대 후반인 나는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의 1970년대와 같은 인상적인 복고가 마음에 들었다.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해 복잡한 일상을 뒤로한채 마음의 위로가 되어 주는 공간이다.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자원상담원 활동을 하며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애법 있었던 나는 오래된 느낌의 카페가 일종의 공간이 주는 심리치유효과를 경험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에게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을 보여주고 싶어 두번째 방문을 했다. 2층 창가에서 비나 눈이 내리는 날 창밖을 바라보면 너무나 낭만적일 것이라며 자랑삼아 얘기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평범한 마을 풍경이었지만 박계해 작가가 내린 커피의 맛도 일품이었고 비스켓을 커피잔에 올리는 자체만으로도 웬지 작품이 될 것만 같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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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해 작가의 삶이 깃든 소중한 공간을 나름 알리고 싶어 카페의 빛바랜 공간을 막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박 작가의 과거를 더듬었다.

 

사실 박 작가로부터 선물을 받고 곧장 딸에게 선물로 준 터라 책 내용을 하나도 몰랐지만 '함창카페버스정류장'과 '박계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쉽게 접하게 됐다. 일다에 연재된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 첫회를 찾았다.

 

카페를 만들 당시의 절박했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터넷에 포스팅된 또다른 글들 중 토지의 배경인 하동 악양 평사리가 고향인 박계해 작가가 학교 선생님으로 오랜 세월 살다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귀농선언으로 문경으로 흘러왔다는 사연도 알게됐다. 박 작가의 행복한 귀농생활이기를 기대하며 글들을 찾던 중, 남편과 친구로 남기로했다는 내용의 글을 접하곤 가슴이 뭉클해지고 미어져 왔다. 지금은 박계해 작가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있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딸 나리도 있고 아이들을 일찍 독립시켰다는 말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박계해 작가의 제자가 쓴 포스팅 글(나의 선생님, 나의 발자국 그리고 카페 버스정류장)중 중학교 선생님의 일화도 멋졌다. 아이들에게 공유노트를 쓰게도 하고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 준 참된 선생의 길을 걸었던 박 작가의 오랜 추억이 잘 남겨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게도 중학교 1학년 시절 사춘기 당시의 추억이 있고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생각했던 담임 선생님과의 추억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어찌되었거나 함창카페버스정류장에 대한 이미지는 무릇 나혼자만이 가지는 생각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센치멘탈한 기분에 함창카페버스정류장에 지인들을 태우고 다녀 오거나 혹은 복잡한 생각이 들때면 이따금 홀로 찾지 않을까라는 나의 미래가 그림 그려진다.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을 나오면서 박계해 작가가 바로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라고 얘기했다. 최근 서울의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에서 본 책을 읽어주는 남자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사례가 이곳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을 한층 가치있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하는 나만의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내용을 찾아다 주기로 하고 함창카페버스정류장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커피값도 지불 않고 온 기억이 부리나케 들어 문자로 계좌번호를 찍어 달라고 보냈다. 아마도 조만간 다시 카페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틀리지 않을 것이란 것과 내가 사는 곳에서 50분 남짓 거리에 마음의 안식처가 될 훌륭한 공간이 있다는 설레임도 갖게돼 흐믓한 마음이다. 그런의미에서 커피값을 깜박한 것은 함창카페버스정류장과의 필연이 아닐까.

 

"작가님,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카페버스정류장에 마음과 정신을 두고 오느라

 

커피값 지불 않고 왔네요^^

 

불러주세요"

 

<함창카페버스정류장 탐방기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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