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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슬픔에 젖은 마당 하나를 막 지나왔을 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동대구역광장 '시가 있는 갤러리'

김도형 0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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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슬픔에 젖은 마당 하나를 막 지나왔을 때

나이 오십이 되도록 자족의 집 한칸 갖지 못했다.


나비의 갈지자 횡보가 유독한 건
허공의 길을 내며 스스로 날 수 있다는 것


그 하나


그러므로 눈 뒤에 만개의 눈을 따로 두고
휘청휘청 날고 있는 나비에게 길은, 앎이 아닌
실족의 방편인 것


세상의 허방이란 허방을 다 짚고 난 뒤
내가 슬픔에 젖은 마당 하나를 막 지나왔을 때


마침내 보았다.


전생을 다해 내가 내놓은 길이란 것이 고작해야
몸 하나 지나갈 만한 통로 혹은,


그 길 위에 위치한 허름한 누옥의 방 한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신휘-


(전국= KTN) 김도형 기자= 코로나19로 어둠이 짙게 깔린 듯한 대구시에 이색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지난해 봄 '꽃이라는 말이 있다' 시집 출판기념회를 가진 신휘 시인의 '내가 슬픔에 젖은 마당 하나를 막 지나왔을 때'란 시가 동대구역광장 지하횡단 통로 한켠에 전시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생에 대한 잔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마치 코로나19로 인해 덧없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허무한 삶을 되새겨 보게 만든 듯한 신휘 시인의 싯구가 가슴을 울린다.


"전생을 다해 내가 내놓은 길이란 것이 고작해야 몸하나 지나갈 만한 통로 혹은, 그 길 위에 위치한 허름한 누옥의 방 한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백신도 없는 전염병은 소중한 인간의 숨을 무참히 끊어 놓고선 시신 조차 온전히 제대로 땅에 묻히지 못하게 만들고 화장터의 연기로 소멸시켜 버렸다.


전염병에 덧없이 죽어간 이들 역시 앞만 보고 달려오다 몹시 운이 없게도 허방을 짚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들게 만든다.


이곳엔 인생의 쓸쓸한 뒷끝을 남기며 상념에 젖게 만드는 신휘 시인의 시를 비롯해 36명의 시인이 창조한 주옥같은 시들이 통로를 장식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로 시민들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대구에서, 그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이 문화가 있는 갤러리 조성으로 봄과 삶의 희망을 가득담은 감성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대구시설공단이 동대구역광장의 지하 횡단 통로에 ‘시(時)와 사진이 있는 갤러리’를 꾸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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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조성 위치는 동대구역 3번 출구에서 서편 맞이주차장으로 가는 지하횡단 통로로 KTX 동대구역 이용객과 시민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경북 지역 출신 신휘 시인 외 36명의 시인과 사진작가 박종천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것으로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민들을 위로하고 대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호경 대구시설공단 이사장은 “대구의 관문에서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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