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늙는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사회부 0 472 2021.08.24 07:52

이생진 시인은 충남 서산 출생의 시인으로, 어려서부터 바다와 섬을 좋아해 해마다 몇 차례씩 섬으로 여행을 다니며 우리 나라 섬의 정경과 섬사람들의 애환을 시에 담아 ‘섬 시인’, ‘바다 시인’으로 불린다. 무연고는 이생진 시인께서 나이 90으로 가는 길목에서 쓴 일기와도 같은 시집이다.

세상의 많은 노인들과 인생선배들에게 죄송하지만,
내 나이 지천명에 접어드니 지난 세월 무상하다.
약관의 나이에 영남인재의 반을 배출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선산 구미 땅에 내려와,
공부도 하고 아둥바둥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느덧 삼십년 세월이 주마간산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았다고 생각하건만,
하염없이 흘러가버린 지난 시간이 못내 아쉬워 눈물을 머금는다.
앞으로 똑같은 삼십년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세상의 문명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사람들 역시 변해만 간다.
혼탁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기란
거센 파도 위 흔들리는 조각배에 어부처럼 위태롭다.

하지만 지난 삼십년 동안의 삶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 흔들림 없이 미래를 견디게 해주리라 믿는다.

다음은 이생진 시인의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해를 시켜주는 시다.

<늙는 경험>

행복할 때 늙는다는 것은 섭섭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조용한 질서다
늙은 사람에게는 앞서 간 늙은 사람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퇴직하는 일과 퇴직금 관리하는 일
늙은 아내와 늙은 자신
그 어느 쪽이 먼저 죽느냐 하는 계산
그러다가 늙은 내가 먼저 죽든
늙은 아내가 먼저 죽든 하는 일
둘이 살다 혼자 남는 일 그것은 억울한 형벌이다
그저 쓸쓸한 것만을 마주보다 잠이 든다든가
잠도 안 온다든가 밤 열두시 이후는
두 평 방 안에 가득찬 이명 소리
306동 10층 5호실도 그런 등불이 새벽까지 켜 있다.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어록, 늙는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2021. 8.2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