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따스한 2월의 햇살과 함께한 경북환경연수원 산책길 탐방기

선비 0 3,254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2월의 넷째주 어느날 정오를 갓 넘긴 오후 무렵에 경상북도환경연수원 내를 거닐어 보았다.
 
환경연수원의 입구는 금오산 아래 금오지 앞 독립투사 박희광 애국지사의 동상이 있는 다리를 지나 금오지 옆을 600여미터 가량 걸어 올라가면 나오게 된다. 가는 길 중간쯤에는 일명 노천카페라 불리는 맛 좋은 커피자판기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한잔 뽑아 들고 금오지를 바라보며 즐겁게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는 만남의 공간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곳이다.
 
커피를 한 잔 뽑기 위해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른 뒤 기다리다 우연히 자판기 옆에 붙어 있는 한 살사댄스 아카데미(교육상담, 010-9377-8060) 회원모집 광고가 보였다. 일상생활에 활력소를 준다는 글귀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노천 카페 아래 금오지 올레길의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에 올릴 글을 입력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흘렀고 햇살은 따스했지만 손가락은, 부분 부분 얼어있는 금오지의 한기로 인함인지 은근슬쩍 애리기 시작했다. 글을 다 입력했다는 만족감에 환경연수원 입구까지 신나게 달려갔다. 환경연수원 입구 좌측편에 있는 주차장엔 뛰엄 뛰엄 주차해 놓은 차량들과 여행객들로 보이는 몇몇의 사람들이 주차장 자판기 앞에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환경연수원 입구 좌측편으로 보이는 금오산 형상을 한 바위에 새겨진 '자연 인간 미래'라는 문구가 뒷편으로 보이는 칼다봉과 연결된 산자락과 함께 더욱 경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금오산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자연보호발상지'라고 새겨진 인공석을 얼마전 금오산 대혜폭포를 다녀오다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문 옆 경비실겸 관리실에 앉아 있는 아저씨께 인사를 드린 뒤 50여미터 가량을 올라가니 '탄소제로교육관' 건립공사로 인해 차량 통제를 위해 설치해 놓은 쇠창살있는 문앞에 도달했다. 문은 닫았으되 잠궈 놓치는 않아 문을 열고 환경연수원 건물쪽으로 계속해 올라가며 공사하고 있는 현장을 지나쳤다. 환경연수원 건물 앞에는 교육중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고 소리는 들리진 않았지만 1층의 한 곳에서 아마도 환경연수에 관련된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며 연수원 앞을 총총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일요일마다 운동을 위해 아침 일찍 달리던 길이었지만 생소한 느낌이었다.
 
한낮이었고 내리쬐는 햇살로 인해 주변의 경관은 아침에 느낄 수 없었던 밝음과 싱그러움이 함께 느껴지기도 했고 지나쳐온 금오지 옆보다 훨씬 더 따사로왔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연수원을 지나쳐 올라가다 보니 아침에 눈여겨 보지 못했던 자연전시관 건물 앞의 티라노사우르스의 모형이 눈에 쉽게 띄여 발걸음을 끌어 당겼다. 실감나게 잘 만든 모형이라 순진한 아이들이 보았다면 놀라 자빠질 법도 할 것 같았다. 티라노사우르스의 맞은 편에는 스테고사우르스와 용각류 공룡인 트리케라톱스가 나란히 서있었고, 티라노사우르스 뒷편에는 한 초식공룡이 새끼와 함께 노는 듯한 모양새로 배치가 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침 태양은 남쪽 하늘 중간쯤을 지나쳐 밝게 빛나고 있었고 티라노사우르스의 머리 위쪽으로 태양이 오도록 위치를 잡아 사진을 찍어 보니 영화속에서 본 듯한 괴기스러운 느낌과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멋진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언제고 아이들과 함께 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치밀어 오르게 만들기도 한 멋진 장소였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아니, 달려서 가족교육관이란 명칭의 옛날집 모양의 황토로 만든 팬션까지 뛰어 올라갔다. 역시 아침에는 느낄 수 없었던 햇살이 비치는 산속 마을의 한적함과 자연에 묻혀 사는 사람들의 정취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나뭇잎 하나 없는 나뭇가지 뒷편으로 보이는 찬란히 빛나는 태양이 역광으로 되어 나무의 자태를 더욱 훌륭히 돋보이게 했고 웬지모를 적막함과 쓸쓸함이 베인 듯한 숲속의 아름다운 모습이 가슴 설레게 만들어 좋았다.  
 
-2053320731.jpg
 
가족교육관이란 명칭의 황토팬션은 모두 4채가 지어져 있는데 제각기 개나리, 민들레, 백일홍, 진달래라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일요일 아침 마다 이곳 환경연수원의 산골짜기 안쪽 깊숙히 자리 잡은 가족교육관까지 반환점으로해서 달려 온 뒤 황토팬션 앞마당으로 지나쳐 오게 되면 늘 사람들이 민박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산속에서의 고요함과 자연속의 신비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몇달전부터 이곳 환경연수원 팬션을 예약해 여렷이 어울려 민박을 하기도 한다.
 
이곳은 봄이 되어 꽃이 피게 되면 더욱 아름답고 기억에 오래 남는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예전에 어느 따스한 봄날 집사람과 그리고 친구 부부내외와 함께 이곳으로 와 거닐었던 추억이 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그냥 가기 아쉬워 봄이 묻어 있는 꽃을 몇송이 가지채 꺽어 집으로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이 된다.
 
산골짜기 제일 안쪽에 있는 개나리 팬션의 양지바른 처마밑 마루에는 연세 지긋해 보이는 두 분이서 조용히 얘기를 나누며 앉아 계셨다. 산책을 이곳까지 다녀와 쉬었다 내려가는 듯 하였다. 그냥 사진 찍기에는 겸면쩍어 개나리라고 이름 붙어 있는 것을 보고도 다시 한번 여기 팬션 이름이 뭐냐고 묻는 시늉을 하며 사진을 찍었고, 인사를 드리며 아래쪽 팬션으로 내려왔다.
 
민들레 팬션은 개나리 팬션이랑 별 차이가 없었고 바로 밑의 백일홍 팬션 오른 편에는 몇개의 장독을 놓은 장독대와 우물을 설치해 놓았다. 우물을 혹시나 깊이 파놓았을까 싶어 들여다 보니 역시나 돌로만 땅위에 쌓아 놓은 모형 우물이었다.
 
운치있게 옛날의 분위기를 잘 살려 놓은 듯 했지만 아무래도 인위적인 모습은 감출 수가 없었다.
 
환경연수원에서 올라와 제일 처음 맞닥들이는 가족교육관의 제일 첫번째 팬션인 진달래를 지나쳐 다시 길위에 올라서 조금 내려가니 50여미터 쯤 떨어진 곳에 볏단으로 엮어 놓은 초가집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마다 그렇게 많이 이곳을 지나쳐 오면서도 초가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닿지 못했던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초가집 뒷편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릴적에 외가집이 있었던 경북 봉화군 선돌 마을의 옛날집을 떠올리게 했다. 초가지붕도 아니었고 크기도 다른 외가집이었지만 웬지 이곳의 익숙한 느낌이 어릴적에 자주 갔었던 외가집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외양간과 옛날식 변소가 있었던 외가집과도 같은 옛날의 분위기가 참으로 정감이 갔다.
 
어릴적에 볼때마다 신기했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를 늘 궁금하게 만들었던 수동식 탈곡기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적 과거로 인도한 느낌을 들게 했다. 한때 제 기능을 다하며 사람의 손을 많이 탔을 거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와 주변에서 즐겁게 일하며 흥얼거리는 마을 사람들의 소리 또한 탈곡기 속에 녹아 들어가 있을 것란 기분이 들게 했다.
 
인위적으로 만든 윗쪽의 팬션과는 분명히 달랐다. 아주 오래전에 사람이 살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초가집 담벼락 사이 입구 앞에 세워진 초가집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살펴 보았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까지는 사람이 살던 곳이었고 놀랍게도 살던 집주인의 이름과 우리 누나의 이름이 똑같아 신기하기도 해 나름 우연한 인연이 생긴듯한 유쾌한 기분이 들기도 한 초가집이었다. 만약 누나보고 이곳에 살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상상도 어렴풋이 해보았다. 전통 찻집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옛날 보부상들이 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국을 떠돌아 다니던 시절에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피로를 풀어주던 주막집처럼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목을 축이며 쉼터로 이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각들게 한 집터였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땀흘린 뒤에 마시는 막걸리의 시원한 참맛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의 조미료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언제고 이 자리에 주막집이 꼭 생기기를 염원하며 초가집을 등뒤로 한채 아래로 내려왔다.
 
1495099367.jpg
 
초가집 바로 아래의 갈림길에서 식물원 쪽을 향해 걸어갔다.
 
살짝 경사진 언덕을 올라 내려가다보면 길 양쪽에 새워진 다양한 돌들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환영하듯 열을 맞추어 잘 진열되어 있고 길가에 세워진 제법 오래된 나무들은 잎이 무성한 여름과 가을이 되면 마치 숲속 터널인 마냥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숲속 터널을 달릴때면 터널의 끝자락에 서있는 사람들 사이로 비쳐지는 빛과 사람들의 실루엣이 저절로 사진찍고 싶게 하는 충동을 느끼게 하는 멋진 곳이기도 한데,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라 횅하니 서있는 나무들의 가녀린 모습이 지난 여름날의 푸르렀던 광경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이름 지은 일명 숲속 나무 터널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왼쪽편으로는 유럽의 수도원을 연상하게 하며 주변의 산과 잘 어우러지게 지은 환경연수원 건물의 정갈한 모습과 오른쪽 편에는 탐방로 길을 목재로 잘 이어 만들며 주변에는 경관 조성을 위해 포크레인과 일꾼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탄소제로교육관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마무리 단계인지 그 어느때보다도 분주한 모습이기도 했다. 다 완공되고 난 뒤에 펼쳐질 새로운 멋진 모습이 기대되었다.
 
환경연수원은 꽤나 넓은 장소이다.
 
발로 달리며 이곳 저곳을 구경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훌륭한 장소다. 보통, 사람들은 환경연수원내의 일부만을 체험하곤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연수원의 진면목을 느껴보지도 못한채 아쉽게들 많이 되돌아 간다.
 
칼다봉을 올라가는 산자락에서 내려다 보면 더없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 쌓인 환경연수원 터이고, 숲속엔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생명들이 하나 둘 숨은채 조용히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이 바로 이곳 경상북도 환경연수원이며 산으로 둘러쌓여 신비로운 기운 일색인 환경연수원에서, 고개들어 금오산 위를 지나는 태양을 바라본다면 그 찬란한 빛이 온통 숲속에 스며들어 생명의 태동을 찬찬히 준비하고 있음을 깨닿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의 동반자이자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연과 낭만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곳 환경연수원 숲속 산책길을 다녀가 보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도심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이곳에서는 일상이며 자연스러운 곳이다. 그래서 난 이곳을 사랑한다.
 
환경연수원 숲속이 새로운 계절의 옷을 갈아 입을 때마다 이날 처럼 여유롭게 거닐며 살아 가는 모든 것에 대해 깨닳음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
 
 
 
*경북환경연수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igreen.or.kr
*가족교육관 팬션 예약문의 상담:     054-452-4509 457-0619
905967086.jpg
938290321.jpg
1556846724.jpg
1587322917.jpg
1590093480.jpg
640713892.jpg
 
-1382157683.jpg
-1352605011.jpg
-1354452053.jpg
-1359069658.jpg
1354142884.jpg
1361531052.jpg
1414171749.jpg
-871934705.jpg
-900563856.jpg
-1995138908.jpg
-2020073975.jpg
-2024691580.jpg
-2079179319.jpg
 
 
-79427479.jpg
577916806.jpg
605622436.jpg
636098629.jpg
692433410.jpg
 
1525449352.jpg
1583631175.jpg
-79427479.jpg
-1882937784.jpg
-1886631868.jpg
-1935578481.jpg
 
-1854308633.jpg
-1085015640.jpg
 
-967728473.jpg
-999128187.jpg
-1024986775.jpg
-1049921842.jpg
 
-107006901.jpg
-191047312.jpg
750020587.jpg
778649738.jpg
 
835908040.jpg
1584883571.jpg
1607048075.jpg
1610742159.jpg
1640294831.jpg
1665229898.jpg
-1685898936.jpg
1723411721.jpg
-1736692591.jpg
-1742233717.jpg
-1769015826.jpg
 
-1772709910.jpg
-1797644977.jpg
-1800415540.jpg
-1827197649.jpg
523555275.jpg
547566821.jpg
572501888.jpg
579890056.jpg
638071879.jpg
662083425.jpg
1402747267.jpg
1410135435.jpg
 
 
1728029326.jpg
1495099367.jpg
1519110913.jpg
-1881888055.jpg
-1914211290.jpg
-1941916920.jpg
-194615188.jpg
-1053489718.jpg
-1083965911.jpg
663335821.jpg
772311299.jpg
780622988.jpg
-84716189.jpg
untitled.png
-1083965911.jpg
-1354452053.jpg
1549915981.jpg
1636726955.jpg
-942338323.jpg
-968196911.jpg
-1833536088.jpg
untitled.png
untitled1.png
untitled2.png
untitled3.png
-1875583668.jpg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